[김재원의 숨고르기]

▲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평소 가깝게 지내는 한 분이 물어볼게 있다고 전화를 했다. 요구르트도 만들 수 있고  청국장도 띄울 수 있는 발효기를 구입하였는데, 사용방법을 보니 요구르트를 만들 때에는 우유에 씨를 넣어주고 발효 시키라 되어 있는 반면에 청국장 띄우는 방법에는 씨를 넣으라는 말이 없다는 것이다. 요구르트를 만들 때에 씨를 넣어 주어야 한다면, 청국장을 만들 때에도 씨가 필요할 텐데 왜 그런 말이 없는지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 그 분을 이해시키는데 한참이 걸렸다. 청국장을 만들 때에도 씨가 필요하지만 일부러 넣어 주지 않아도 주변에 있는  미생물들이 씨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을 하였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미생물과 발효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제법 배율이 높은 현미경이 발명된 후에야 미생물의 관찰할 수 있었지만 미생물의 존재를 알지 못한 훨씬 오래전부터 인류는 발효 식품을 만들었다. 우리가 김치를 비롯하여 된장, 간장, 막걸리를 제조하듯이, 서양에서도 포도주, 치즈, 요구르트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발효 식품들을 생산하였으니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그들이 미생물 씨를 넣어 주었을 리는 만무하다. 주변의 미생물들이 자연스레 씨의 역할을 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미생물에 대한 관심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 하는데, 어느 쪽은 작물이 병에도 강하고 성장도 빠른데 비하여 다른 쪽은 그렇지 못한 것을 이상히 여긴 사람들은 식물 뿌리 주변(근권)의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근권에 서식하는 미생물이 작물의 재배에 영향을 주므로 작물에 이로운 미생물이 근권에 많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지식은 이미 보편화 되어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미생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식물뿐이 아니라 동물이나 사람도 몸 안팎에 많은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으며, 미생물들이 우리 건강을 좌우 한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작물을 키우거나 가축을 사육하더라도, 아니면 우리가 보다 건강해 지려면 어떤 미생물과 상호작용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면, 식물, 가축 혹은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은 잘 정착하게 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배제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하고 있는 미생물들의 종류와 종수를 알아야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술의 발달로 미생물 전체를 밝힐 수 있는 기술들이 발전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학문 분야까지 생기게 되었다.
 
최근 들어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이 열풍을 일으켰는데, 그로 인하여 유익균이라 알려진 유산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미생물이 가져다 줄 친환경적이며, 건강까지 챙겨주는 미래 사회가 머지않아 다가올 것이란 것을 보여주는 예표라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생명공학의 테두리를 넘어 농업, 축산업을 비롯하여 건강 문제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사천시에서 미생물 관련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면밀히 검토한다는 소식을 바람결에 들었다.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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