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어느덧 2018년 무술년이 저뭅니다. 마지막 12월이 되어 돌이킬 때마다 365일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가 않습니다. 많은 일이 발생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은 연말이면 단골처럼 어김없이 되풀이되곤 합니다. 한 해를 큰 탈 없이 잘 보낸 사람들은 서로 축복하며 기쁨을 나누어도 좋겠지요. 가슴 아픈 경험을 한 이들에게는 서로를 감싸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겁니다. 

현재 젊은 층을 10대, 20대로 묶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30대까지를 포함해야 하는 지, 아니면 10대와 20대마저도 분리를 해야 하는지 참 헷갈립니다. 그만큼 시대는 빠르게 진화하고, 생존 경쟁에서 밀린 부류들의 도태하는 속도는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쏜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어절의 한 글자만 떼어 가볍게 만들어 쓰는 신조어도 많이 유행합니다. 하지만 그 생명력은 예전에 비해 현저히 짧아지고 있습니다. 

영화배우 허장강이 영화 속 대사로 쓰면서 크게 유행한 말이 있지요. 한번 따라해 볼까요. 좀 능글맞고 징그럽게 표현해야 할텐데요, 흐흐. “우심뽀까.”(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연인에게 쓴 이 표현을 당시 아빠들이 자녀에게 쓰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이 말은 제일 듣기 싫은 공포 언어였습니다. 부정적인 낙인이 찍힌 줄임말이었던 것이지요. 아마 술에 취해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볼에 입술을 대거나, 따가운 수염을 부드러운 살에 마구 문지르면서 했기 때문이니까요. 훗날 맞장구치는 답변이 또 배꼽을 잡습니다. “내미니뽀.”(내가 미쳤니 니하고 뽀뽀하게.) 어떻습니까. 재치를 담은 표현이 재미있지 않습니까.

최근 몇 년 사이에 쓰인 신조어를 들춰 보겠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 함께 의미를 캐어 볼까요.

‘싫존주의, 혼바비언, 고답, 솔까말, 좋페, 탕진잼, 문송, 버카충, 장미단추長美短醜, 진대.’  
어떻습니까. 이해하기가 쉬운가요, 어려운가요. 이는 세대를 구분하는 척도가 되겠지요. 언어 단절 또는 언어 장벽이라 할 만큼 통 모르겠다고 한다면 동시대의 딴 세상 사람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우선 젊은 계층에서 주로 쓰는 말임을 확인할 수 있겠지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뜻을 해독해야 대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으니까요.

잠시 머리를 식히겠습니다.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싶어 쇼펜하우어가 한 말을 음미해 보겠습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게 쓰는 것은 아주 쉽다. 진짜 어려운 일은 풍부한 지식으로 충만한 사상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게 쓰는 것이다.’ 모두가 이해하도록 언어를 잘 다듬어 쓰라는 얘기지요. 특정한 계층이나 집단이 쓰는 말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고요.     

그러면 앞에서 언급한 ‘싫존주의, ∼, 진대’의 쓰임새를 꼼작이며 훑어보겠습니다.

‘싫어하는 취향도 당당히 밝히는 젊은 세대, 혼자 밥을 먹는 사람,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좋아요 누르면 페메(페이스북 메시지) 보낸다, 탕진과 재미를 합친 말로 돈을 다 탕진하면서 재미를 얻음, 문과라서 취직 못해 죄송합니다, 버스 카드 충전, 멀리서 보면 미인인데 가까이서 보면 못 생겼음, 진솔한 대화.’

어찌, 답답함이 조금은 풀렸을까요. 초등학교 시절 낱말 뜻풀이 찾던 게 기억납니다. 만만치 않은 신조어를 곱씹어 음미하면 그들의 특성 또한 스며있음을 놓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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