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지역에 다세대주택 입주자와 그 대지소유자간의 갈등이 기사화된 적이 있다. 최근에 갑질논란이 뜨거운 뉴스거리가 되다보니 전국 방송에서 취재를 나왔고, 그 덕분인지 갈등이 원만하게 해결되었다니 다행이다. 우리 민법은 토지와 건물을 각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로 본다. 통상의 경우는 토지와 그 지상건물의 소유자가 동일인이고 거래 역시 한꺼번에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경우에 따라선 토지와 건물의 소유자가 달라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토지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권원이 있어야 한다. 토지를 임차하든가 무상사용을 허락받든가 아니면 더 강력한 지상권이나 전세권을 가지는 등. 건물소유주의 이러한 권리는 토지소유자와의 계약으로 인해 생긴다. 그런데, 계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정한 요건 하에서 건물소유자가 그 건물의 소유를 위해 해당 토지를 사용할 권리가 법률의 규정에 의해 주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법정지상권이라고 한다. 

최근의 사건은 1997년경 다세대주택과 그 토지를 모두 소유하던 사람이 사업부도로 인해 위 부동산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어 토지소유자와 주택소유자가 달라지면서 시작되었다. 토지를 경락받은 새로운 토지소유자는 아무런 계약관계 없이 무단히 자기 소유의 토지 위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입주민을 상대로 주택의 철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했다. 주택소유자가 가진 법정지상권이라는 보호막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상권은 타인소유의 토지에서 건물 등을 소유하기 위해 그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법정지상권은 비록 그 토지 사용에 필요한 토지소유자와의 아무런 계약이 없다고 하더라도, 토지와 건물의 각 소유자가 최초에는 동일한 사람이었다가 이후 매매, 전세권 설정, 저당권 실행경매 등으로 인해 그 각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에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 대하여 가지는 법이 정한 권리다. 그 중 매매, 증여 등으로 인한 소유권 변동에서의 법정지상권은 민법의 규정이 아니라 우리 대법원이 관습법으로 인정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법정지상권을 가진다는 것이 그 토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지료를 지불해야 하고, 그 액수는 계약이 아니면 판결에 따라 정해진다. 그 기간이 무기한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 계약으로 정해진다. 다만, 민법은 석조 등 견고한 건물의 경우 30년을 최단존속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이보다 이에 미달되는 계약은 그 한도에서 무효다. 

이번의 사건은 다세대주택 소유자들이 노후된 하수관을 정비하는 공사를 하는데 대해 대지소유자가 그 공사를 방해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택을 소유하기 위해 그 대지를 사용할 권리 속에는 주택의 사용・수익에 필수적인 하수관의 정비를 위해 그 대지를 사용할 권리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대지소유자는 경매 당시 대지가 법정지상권의 제한을 받은 것을 잘 알면서 매수하였고, 그런 이유로 역시 매우 낮은 가격으로 낙찰 받았음이 명백하다. 벌써 20년이 지났다니 지상권 존속기간에 대한 별도의 약정이 없다면 10년이 더 지나면 지상권은 소멸한다. 주택소유자가 더 이상 타인의 대지를 사용할 권한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경우에도 주택소유자에게는 대지소유자에게 주택의 매수를 청구할 권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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