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자식 사랑하는 만큼 부모 생각하는 자식이 없다’는 뜻이다. 부모는 언제나 행여 자식이 잘못될까, 혹시 자신이 자식에게 걱정꺼리가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勞心焦思) 하지만, 부모의 사랑만을 받고 자란 자식은 저 편하면 당연히 부모도 편할 것이라 생각하고, 힘들면 도와주지 않는다고 부모 원망만 하는 것이 인간사에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다.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다. 지난 8월 처음 2057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정부발표 기사가 나가자 ‘국민연금 폐지하고 내가 낸 돈은 돌려 달라. 노후는 내가 알아서 한다.’, ‘지금 먹고 살기도 힘든데 보험료를 올리게 생겼나?’ 등등의 격한 반응들이 댓글로 달린다.

12월 14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 제도개선에 대한 정부안인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다양한 여론의 수렴과 대통령 보완지시를 반영하여 발표했다. 이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서 심층 논의가 이뤄질 것이고, 국회의 입법 과정도 거칠 테다. 

앞으로 전개될 수많은 논의와 검토로, 우리는 국민연금을 더 성숙한 제도로 개선해야 한다. 만약 이전의 정부에서처럼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핑계로 논의를 중단해버린다면 후세대의 부담은 점점 더 커지게 되고, 세대 간 심각한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 ‘누가 이렇게 만들었나?’ 책임소재를 따지기로 들자면 끝없는 혼란과 국력의 소모만 가져올 뿐이다.

국민연금은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복지제도의 근간이다. 그러므로 이런 제도를 우리가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제도 시행 초기와 지금은 출산율이나 평균수명 등의 제도적 환경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세상의 모든 생물이 환경 변화에 따라야 하듯이 국민연금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출산율이 낮으면 지금 세대부터 보험료를 좀 더 부담해야 한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 받는 연금액도 좀 낮춰야 하고, 받는 시점도 적절하게 늦춰야 한다. 이런 문제는 정치적인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의 지속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연금 선진국들처럼 제도적 환경 변수의 변화에 맞게 보험료율이나 수급연령, 연금수준 등은 자동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과의 형평 문제도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일반 국민도 공무원도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공무원은 부담하는 보험료에 비해 연금혜택이 너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도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는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 문제를 정부나 정치권에만 맡길 일은 아니다. 각계각층의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연금제도개선단(가칭)’을 만들어 국민들이 나서야 한다. 지금 국민연금 제도를 제대로 바꾸는 일은 우리 자식들을 위한 부모의 내리사랑과 같다. 기금이 고갈되고 그들이 우리를 위해 짊어질 부담이 너무 커지면 연금 받는 우리도 너무 힘들 것이다. 그때는 치사랑을 꺼내들 염치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