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은 다르다. 상업영화감독의 경우 이 간극이 커지면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를 차기작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불운을 맞기도 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관객의 외면에 좌절하고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런 저런 사정으로 만들었는데 대박이 나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그런 면에서 강형철 감독은 운이 참 좋은 듯하다.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의 간극이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데뷔작〈과속스캔들>과 후속작 <써니>, 그리고 이 영화 <스윙키즈>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작들의 성공 배경에는 오락영화를 주무르는 그만의 탁월한 시선과 재능이 자리하는데 <스윙키즈>도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재미와 감동을 주겠다는 전략은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보인다. 

사실 <피아니스트>, <빌리 엘리어트>, 한국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 등 극한의 상황 속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는 이야기는 참 흔한 소재다. <스윙키즈>는 이 흔한 소재를 유쾌한 화법으로 풀어놓는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국적도 이념도 언어도 무엇보다 춤 실력도 서로 다른 댄스단 ‘스윙키즈’는 누구나 예상하듯 우여곡절 끝의 성취를 향해 춤추며 달려가는데 이 과정을 보면서 문득 <써니>의 카피인 ‘가장 찬란한 순간, 우리는 하나였다’가 떠오른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은 전혀 지루하지 않으며 마지막으로 달려가는 복선이 좀 부담스럽기는 해도 과정의 즐거움이 그 지루함을 잊게 만든다.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해 보여주는 배우들의 댄스는 칭찬받아 마땅하며, 장르 영화의 쾌감이 어디서 비롯되는 지를 정확히 아는 감독의 변함없는 역량에도 박수를 보낸다. 

전쟁과 춤은 비극과 희극만큼 이질적인데, 따지고 보면 인생이 그렇다. 어떤 순간에도 삶은 지속되어야 하고 또 가치가 있다고 말하지만 그 사실이 어떻게 구체화 되는지를 보여주기는 쉬운 노릇이 아니다. 바로 이 지점에 <스윙키즈>의 정체성이 자리한다. 감독의 탁월한 재능인 음악을 무기로 복잡한 플롯과 대단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장르적 쾌감과 관객과의 소통을 이루어낸다. 대작 <마약왕>, <아쿠아맨>과 나란히 걸린 어찌 보면 작은 영화 <스윙키즈>의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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