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마블의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 중 하나인 ‘스파이더맨’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에서 한 동안 볼 수 없었다. 재정난을 이유로 캐릭터 자체를 소니픽처스에 팔아먹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 시리즈>에 등장하면서 판권이 마블로 넘어온 줄 아는 이도 있는데 영화배우처럼 그냥 출연료 받고 등장한 거다. 그렇다고 소니픽처스가 그 동안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써먹었냐면 아주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MCU에 숟가락 얹고 업혀가려다가 망신살이 뻗히기도 하고 <Venom> 프로젝트로 대못을 박았다는 평가다.

이런 소니픽처스가 또 스파이더맨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이란다. 당연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거는 기대치는 도무지 클 수가 없다. 이미 말아먹은 것도 있거니와 실사영화로 충분히 소비돼 익숙한데다 버전만 다를 뿐 비슷한 스토리 아니었던가. 누적된 피로감이 상당히 큰데 이게 웬일! 진심으로 깜작 놀라게 한다. 놀람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도 모자라 관객을 쾌감의 극한까지 몰아넣는다.

카피 문구처럼 ‘평행세계 속 공존하는 모든 스파이더맨들은 하나의 유니버스에서 만나 세계도 구하고’ 관객의 마음도 구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를 염두에 둑 만들다보니 검은 피부에 뽀글거리는 머리카락이 낯설고 거슬린다는 불평도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비난을 위한 비난일 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잘 만들 수 있는 걸 그동안 왜 그렇게나 말아먹었던 걸까 싶다.
 
영웅으로의 활약을 부담스러워하는 평범한 소년의 고민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는 또 새롭게 변주되었다. 게다가 실사영화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을 환상적인 미장센은 물론 힙한 ‘요즘 갬성’을 탑재한 음악과 이야기,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소니 역사상 최대 규모인 무려 142명에 달하는 애니메이터를 갈아 넣었다고 하더니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도 신선한 작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쯤 되면 이 영화를 왜 ‘역대 최고의 히어로물’이라고 극찬을 했는지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CG가 발전하면서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제대로 구현한 애니메이션을 넘보기에는 아직까지는 무리다. 그 힘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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