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세쿼이아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 소철과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식물로 유명하다. 공룡이 살았던 시대에 살았던 나무를 오늘날은 주로 가로수 길에서 만난다. 한번쯤은 가봤을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길이 대표적이다.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메타세쿼이아의 모양새는 마치 긴 원뿔 같다. 원뿔 모양의 나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서있는 모습이라니, 누구나 한번은 그 곳을 걷고 싶지 않겠는가? 새봄에 피어나는 연두빛 잎새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한여름의 짙푸른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시원하다. 가을에 물드는 갈색 단풍은 가히 매력적이다. 무성했던 잎을 떨구고 가지만 남은 겨울 메타세쿼이아도 멋스럽다. 메타세쿼이아에 사계절이 오롯이 담겨있다.

아이들에게 공룡은 엄마를 제외하고 태어나 만나는 첫 연인이다. 공룡의 이름을 외우며 한글을 깨치고, 공룡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첫 연인인 공룡과 동시대를 살았던 메타세쿼이아가 화석으로만 묻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때는 1937년, 일본이 중국에서 전쟁을 벌일 즈음이다. 한창 전쟁의 와중에는 신경을 못 쓰다가 1941년 양쯔강 상류의 한 지류인 마도계곡 근처에서 중국 산림공무원에 의해 발견되었다. 높이가 35미터, 직경이 2.3미터나 되는 이 나무의 이름을 알아보려고 남경대학에 보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정밀 조사 결과 4천여 그루가 마도계곡 근처에서 자라고 있었다. 공룡과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메타세쿼이아가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도시의 한복판에서 온갖 공해를 견디며 사계절을 선물하고 있으니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중국에서 발견된 메타세쿼이아는 그 후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우리나라에는 1960년대에 들어와 많이 심겨졌다.

메타세쿼이아를 중국에서는 ‘물가에서 잘 자라는 삼나무’라고 하여 ‘수삼목(水杉木)’이라 부른다. 삼나무는 아니지만 바늘모양의 삼나무 잎에 빗댄 이름이다. 수삼목이라는 이름도 좋지만 왠지 이 나무는 메타세쿼이아라고 불러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처음에는 어려운 발음 때문에 입 밖으로 몇 번을 되뇌고서야 겨우 기억되고 익숙해졌다. 3월에 수꽃이 가지 끝에 늘어지면서 달리고, 암꽃은 녹색으로 핀다. 하지만 너무 큰 키 때문에 눈으로 확인이 어렵다. 다만 둥근 솔방울 모양의 열매가 10월경에 열리니 꽃이 피었겠거니 한다. 메타세콰이아는 잔가지가 마주나게 달리고 바늘 모양의 잎도 잔가지에 깃털처럼 다소곳하게 마주나는 특징이 있다. 바늘잎이면서도 가을에 잎이 지는 갈잎나무이다. 이 맘 때쯤 땅에 떨어진 메타세쿼이아 열매를 주워 팔찌 만들기를 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참 좋아한다.

메타세쿼이아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하는 같은 집안의 나무가 있다. 낙우송이다. 키도 비슷하고 나무의 전체적인 모습도 비슷하다. 가을에 낙엽이 질 때 날개처럼 달린 잎이 통으로 떨어진다고 하여 ‘낙우송’이라 한다. 참 낭만적인 이름이다. 둘 다 물을 좋아하지만 낙우송은 물가에서, 메타세쿼이아는 길가나 아파트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두 나무의 또 다른 차이는 낙우송은 잎과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리고,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보기로 달린다. 나무 아래에 공기뿌리가 불쑥 불쑥 솟아있으면 낙우송이다. 어느 날 눈앞에 유난히 키가 큰 나무를 만나거든 “낙우송이냐? 메타세쿼이아냐?” 이름을 불러주자.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