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왕년에 잘 나갔던 주먹의 아내가 납치당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내 덕분에 개과천선해서 조용하게 살고 있는데 어느 시시껄렁한 놈들이 나타나서 시비를 건다. 아내를 구하기 위해 강력한 주먹을 치켜들고 적진을 향해 돌진한다!

<성난 황소>는 한 줄로도 요약이 가능한 아주 간단한 시놉시스의 영화다. 게다가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남자가 근육빵빵맨 마동석이다. 이정도만 알아도 어떤 내용일지는 자연스레 짐작이 된다. 따라서 슈퍼히어로물이 늘 그랬던 것처럼 재미를 보장하고 관객의 기대치만 제대로 충족시켜주면 되는데, 그런 면에 보자면 꽤나 훌륭한 영화다. 이상한 캐릭터가 등장하고 구조도 얼기설기 엉성하지만, 때려 부수고 나아가는 주인공 덕분에 나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근육 빵빵 마동석이라는 캐릭터는 어느 새 장르가 되어버렸다. <부산행> <범죄도시> <챔피언> <원더풀 고스트> <동네사람들>에 이어 이번 <성난 황소>까지 마초 근육의 위용을 과시하느라 바쁘다. 더군다나 이 중에 다섯 편이 올해 개봉했다. 영화배우가 하나의 이미지에 고착화되면 다른 장르에 도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법인데, 올 한해에만 무려 다섯 편의 영화에서 빤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되어 이미지를 낭비했다.

이제는 필모그래피 관리 좀 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변의 조언도 많았을 텐데 왜 이런 작품에만 출연하는 건지 이유가 궁금했더니 ‘의리’ 때문이라고 한다. 사고를 당해 정말 힘들 때 도와준 사람들과의 약속을 지키다보니 한꺼번에 개봉이 몰렸다는 거다. 어느 정도 수긍이 되는 사연이지만 배우 본인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아쉽다.

그래도 <성난 황소>는 마동석이라는 배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범죄도시> 이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다. 근육맨이 알고 보면 허약하다는 얼토당토않은 전개만 아니라면 제대로 활약하기 위해 판을 제대로 잘 벌려줘야 한다. 액션하기에도 바쁜데 코미디에 감정신까지 자극하는 연기를 하다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좀 많았던가. <성난 황소>는 주변부 캐릭터의 극대화로 주인공의 부담을 한껏 덜어냈으니, 덕분에 씩씩하고 화끈하게 전진하는 자세가 제법 듬직해졌다.

스릴러 장르에 웃음을 제공하는 두 배우 김민재-박지환 콤비네이션은 기립박수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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