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 영화 포스터.

알려진 것처럼 <Fantastic Beasts Series>는 모두 5편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The Crimes of Grindelwald>는 그 중 2편이 해당한다. 이른 바 참 애매한 회 차이기는 한 것이, 시리즈물의 경우 2편의 숙명은 조금 안타깝다. 1편이 화려한 볼거리와 서사로 주목도를 높여 충성도 강한 관객들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면 2편은 계속되는 시리즈의 소개, 즉 징검다리 역할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판타스틱 비스트>처럼 기획으로 제작된 영화가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속편은 흥행한 작품의 인기를 먹고 탄생하기에 시리즈로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 마련이며, 통상적으로 흥행을 이어가려는 욕심이 더해지면서 작품성은 외면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모든 숙명을 감안하고 본다 하더라도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이하 그린델왈드)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 시나리오를 조앤 K. 롤링이 직접 썼다는 것치고는 영화의 기본이라고 할 이야기가 너무나 부실하다. 중심서사가 탄탄하다면 캐릭터가 아무리 많아도 저마다의 개성을 갖는 법이건만, <그린델왈드>는 지나치게 산만해서 마치 캐릭터들의 자소서 사전 같다. 모나리자 보러 미술관에 갔다가 잔뜩 몰려든 관광객만 실컷 만난 기분이랄까.

다음 편을 위한 숨고르기였다고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이 많은 아니, 이 거대한 시간을 할애해서 소개한 캐릭터들의 존재조차 희미하면 어쩌란 말이냐. 캐릭터의 매력이 흘러넘쳤더라면 산만하고 지루한 스토리를 어느 정도 참을 수도 있으련만, 이도 저도 아니라서 그저 난감하기만 하다. 물론 볼거리는 기술력에 힘입어 화려하고 풍부하다. 그러나 오롯이 시각적 즐거움만으로 134분을 버티라고 강요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다.

가야할 길이 먼데 벌써부터 낙오병이 생길 판이다. 그럼에도 해리포터 팬의 입장에서는 큰 재미가 없어도 보지 않을 수 없으니 “덕후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라는 탄식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그린델왈드>의 태생은 해리포터였으나 관객은 그 이상의 것을 원한다. ‘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해리포터의 답습이 아닌 다른 재미를 원한다. 벌써부터 “조앤 K. 롤링은 해리포터에서 끝냈어야 했다.”라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미 달리기 시작한 열차라 중도에 뛰어내리기는 힘든 상황인 만큼 ‘신비한 동물’들도 살고 ‘롤링’도 살고 무엇보다 팬들이 살 수 있도록 3편부터는 제발 신경 좀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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