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가족과 극장을 찾았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는 편이다. 특히 범죄, 수사 등을 소재로 한 한국영화는 다른 이들에게 뒤질세라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가 본다. 아내가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잔다. 퀸이란 밴드를 들어본 적은 있고 그의 곡으로 잘 알려진 ‘위 아 더 챔피언’이란 노래로 영어공부를 했던 기억도 있지만, 음악을 소재로 음악가의 일생을 다룬 영화엔 관심이 없는데다가 어린 초등꼬마의 흥미도 끌지 못하던 참에 마침 잔여 좌석도 여의치 않아 다른 영화를 보는 게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아내가 ‘완벽한 살인’도 관객 수가 많다며 보잔다. 청력이 다소 약한데다가 건성으로 영화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타인’을 ‘살인’으로 잘못 듣고 바로 가자로 외쳤다.

완벽한 타인. 잘못 선택한 영화였음을 극장에 도착, 팜플렛을 펼치는 순간 바로 절감했다. 연애, 가족이야기 등은 내겐 영 구미가 당기지 않는 소재다. 더구나 초등 꼬마가 이해하기에 어렵고, 보기에 다소 민망한 장면과 대사가 나올 것임도 직감했고, 그 직감은 적중했다. 도대체 아내는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선택했고, 난 또 왜 아무 생각 없이 어린 꼬마를 데리고 극장에 왔단 말인가. 40대 중후반의 극중 인물들이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력, 정조 등의 의무를 저버린 비밀행동이 술자리에서 ‘휴대폰 공개 게임’을 통해 드러나고 그로 인해 가정이 파탄난다는 것, 그러면서 영화 말미에는 그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훈훈한 부부동반  술자리를 잘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갔을 거라는 것이다.

극중 유해진은 교재 중인 여성으로부터 매일 밤 10시에 신체의 일부가 드러나는 잠옷을 입은 사진을 받아왔다. 재판상 이혼사유에 해당하는 ‘부정한 행위’에 속한다. 부정행위는 성행위에 한정되지 않는, 보다 넓은 개념이다. 윤경호는 동성애자다. 역시 정조의무를 위반한 이혼사유에 해당한다. 이서진의 문어발식 여성편력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아내와 상의없이 잘못된 투자로 과도한 채무를 진 조진웅의 행위 역시 ‘기타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되어 이혼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

알면 용서가 어렵다. 용서해도 깨진 신뢰를 회복하고 그 이전과 같은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가정경제와 육아의 공동체만으로도 가정은 유지될 수 있다. 대단히 위험한 말일 수 있겠다 싶지만, 오직 서로에 대한 지속적인 그윽한 사랑이 넘치는 혼인관계는 현실에서 얼마나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는 가정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인간은 또한 관계는 어느 일면으로 규정될 수 없는 얼마나 많은 가지로 연결, 또 연결되어 있는가 말이다. 완벽한 타인도, 자신과 완벽히 들어맞는 타인도 없다. 그래도 혼인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배우자 일방에게 참을 수 없는 것이 고통이 된다면 다른 모든 가지를 끊고서라도 이혼해야 한다. 집으로 돌아와 VOD 채널을 돌리다가 전설의 밴드 비틀즈가 나오는 영화를 보았다, 그의 대표곡 ‘하드 데이즈 나이트’와 같은 제목으로 비틀즈 멤버들이 직접 출연한 1964년 영화다. 영화 속 그 노래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힘든 하루를 보낸 밤이에요, 개처럼 일했죠. 집에 있는 당신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 있는 듯해요. 당신이 저를 꽉 끌어안아주는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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