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13.67>

▲ 「13.67」찬호께이 지음 / 한즈미디어 / 2015

휴식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익숙지 않은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일상에 지친 우리는 떠나고 싶어 한다. 생경한 것과 접촉하여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또 한발 나아가기 위해.

책 읽기란 난뎃손님이 되어 ‘사색하는 나’를 만난다는 점에서 혼자 하는 여행과 닮아 있다. 현재의 시공간에서 벗어나서 여행하듯 읽기에 좋은 책 한권을 추천하고 싶다. 홍콩 신예작가 찬호께이가 쓴 미스터리 범죄소설 『13.67』이다.
이 책은 연속적인 여섯 개의 단편이 하나의 장편소설을 이룬다. 단편들은 각각 독립된 구조를 가지고 완결되는 본격 추리소설이지만, 여섯 편을 연결해서 보면 하나의 완정(完整)한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 된다.

각 단편은 홍콩 사회의 전환점이 되던 한 시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2013년에서 2000년대 금융위기, 90년대 영국의 홍콩 반환, 80년대 홍콩 경찰의 황금기를 지나, 중국문화혁명의 광풍이 몰아치던 196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구조로 이야기를 펼친다.

첫 편인 ‘흑과 백 사이의 진실’에서 전설적인 경찰 관전둬는 혼수상태에 빠져있다. 그의 제자 뤄샤오밍은 뇌파측정기기로 그와 대화하며 대기업 회장 살인 사건을 파헤친다. 각 이야기는 이 전편 주제의 바통을 이어가며 갓 경찰이 된 젊은 관전둬에 이르러 끝난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격변하는 홍콩의 공간적인 모습도 생생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마치 홍콩 느와르 한편을 보는 듯 작품을 즐길 수 있다. 긴 여정을 끝내고 마침내 ‘빌려온 시간’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사실은 우리에게 또 한 번 충격을 준다. 그리고 제일 처음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결국 이 책은 홍콩 역사에 관한 책이다. 홍콩에서 나고 자란 저자는 홍콩이라는 도시의 변천사와 사회⋅정치 문제를 훌륭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개성 있는 인물과 풍성하게 뿌려진 단서는 순수추리물이 주는 강한 쾌감을 선사한다. 또한 독창적인 구조로 홍콩이라는 공간이 지닌 슬픔 역시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진귀하고 멋진 독서 경험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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