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

▲ 「안녕 사랑 안녕 행복도」패니 브리트 글 / 책과 콩나무 / 2018

“우리 아빠는 운다.”

지면을 꽉 채운 빗방울과 눈물로 범벅이 된 아빠로 시작하는 이 책은 <제인 에어와 여우, 그리고 나>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패니 브리트와 이자벨 아르스노의 그래픽 노블이다. 전작에서 친구들에게 외면당하는 아픈 마음을 담담하게 풀어내 호평을 이끈 콤비가 이번에는 가정(가족)에서 받는 상처들을 그려낸다.

알콜 중독으로 따로 사는 아빠, 그런 아빠로 인해 늘 슬픈 엄마를 둔 루이는 부모의 슬픔과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고되다. 그 와중에 동생 트뤼프는 티 없이 맑아 한숨을 더한다. 술 앞에서 자꾸 무너져 눈물만 흘리는 아빠의 문제도, 나란히 거리를 걷다 취한 아저씨가 덮쳐 동생이 넘어지는 문제도, 마음이 불안정할 때마다 앞머리를 자르는 엄마의 문제도, 루이는 그 어떤 것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자신이 무기력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인생에서 간단한 건 종종 관찰하는 평범한 경찰차뿐이라는 어두운 소년 루이에게도 빛은 있다. 바로 짝사랑하는 소녀 빌리! 반짝이는 빌리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싶지만 부모님처럼 사랑의 끝이 나빠질까봐 루이는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방학을 맞아 아빠를 만나러 간 형제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빠가 꽤 오랜 시간 술을 마시지 않는 용기를 낸 덕에 가족은 다시 합치는 기쁨을 맛본다. 하지만 행복에 겨워 든 술병이 모든 걸 물거품으로 만든다.
 
부모의 문제가 짓누르는 루이의 우울한 마음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저자는 감수성 예민한 여린 소년은 물론, 작은 동물과 지난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는 어른의 상처까지도 도닥인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누구나 나약한 면이 있고, 제일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할 존재로부터 가장 깊게 생채기를 얻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서로서로를 보듬는 사랑은 넘어지고 아프더라도 지속되어야 하며,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내는 용기는 계속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책 제목을 사랑과 행복으로부터 멀어짐의 인사‘안녕(Bye)’이 아닌, 어서와‘안녕(Hi)’으로 해석해야만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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