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하고 느리게. 30×20. 2018.

새벽부터 부산을 떨지 않아서 좋았다. 그냥 눈을 떠보니 여섯시 삼십분. 익숙한 숫자이다. 호텔조식 시작 시간. 밤새 배가 고파 조식시간을 계속 확인했었다. 하나도 바쁠 것 없는 일정으로 편안하게 쉬어 보려고 들어왔던 도심의 호텔. 여느 때와는 다른 아침을 맞는다. 편한 차림으로 식당에 들어서니 온통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중국어가 오고가고 간혹 들어보지 못한 타국의 언어들이 무거웠던 아침 공기를 해산 시킨다. 인사동 근처 호텔이라 그런지 노년의 중국인이 제법 눈에 들어온다. 집 앞 식당에 온 듯 다들 편안한 모습들이 어느 곳에도 여행객의 모습은 없다. 음식 앞에서는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한 일상이었다.

테이블에 앉으니 각 나라의 아침 식탁 풍경이 그대로 그려진다. 중국인 노신사는 삶은 달걀과 미음과 튀김 빵을 놓고 앉는다. 파랑 눈의 젊은 아가씨는 샐러드와 베이컨과 커피를 내려놓는다. 커피머신이 잠시 작동을 멈추고 그 앞에서 당황하는 외국인 아주머니를 보며 나는 지나가는 웨이터에게 “저, 여기요. 이 기계 확인 한번 해 주세요” 아주 당당하게 한국어로 도움을 요청했다. 뭐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언어이다. 그저 웃음으로 그 답을 주었다.

웃음이 나왔다. 밥 먹는 것 외엔 어떠한 것도 할 게 없는 낯선 곳에는, 내 이러다할 일들이 없었다. 먹는 일 외엔 집중할 것이 없는 이 공간이 나에게 미션을 준다. 조식메뉴 섭렵하기. 느림의 일상을 겪어보기로 했다. 동반자도 없고 오로지 혼자이며 약속시간까지 오전이 비어 있으니, 우아하게 에스프레소 한잔 내려 입가심을 한다. 또 한잔의 아메리카노를 다시 내려 테이블 위에 두고는 접시 하나 들고 모든 메뉴를 최소화로 천천히 담아 본다. 안단테(andante)보다 더 느린 아다지오(adagio)로......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 주인공 잭 니콜슨이 어느 식당에 앉아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결벽증과 강박증이 심한 그의 식사가 그려진다. 어쩌면 나 또한 내 일상에서 이렇게 조용한 쉼이 익숙지 않은 강박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조용한 식사를 다 마치고 또다시 커피를 내린다. 아메리카노에 에스프레소를 더한 진한 커피가 좋았다.

 일본인 한 무리가 줄을 서며 들어온다. 이곳은 한국 땅 관광 1번지 인사동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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