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마왕 신해철의 어이없는 부고가 전해진 그 날 이후로 한 동안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생각해보면 딱히 그를 열광적으로 추종한 적도 좋아한 적도 없는데 말이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시시때때로 울컥하는 마음이 들어서 훌쩍거리기에 바빴다.

이제야 생각해보면 그는 공기 같은 존재였었다. 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던 시절에 그는 선망하던 대학가요제에 출전해 ‘그대에게’를 불렀던 그는, 이후로도 언제나 새로운 노래로 곁에 머물러 있었다. 비슷한 연배라 같이 늙어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런 사람을 어이없이 보내야만 했다는 상황이 더욱 슬펐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런 경험은 마왕 신해철이 처음이 아니다. ‘비처럼 음악처럼’의 ‘김현식’이 떠나갔을 때도,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를 떠나보냈을 때도 그랬다. 일상이 그들의 노래와 함께 했기 때문에 부고 또한 가슴에 사무치게 와 닿았을 것이다. 당연히 함께 할 거라고 믿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표현 못할 만큼 아픈 일이다. 그래서 더욱 돌아온 프레디 머큐리를 반가이 맞이할 수 있었다.

▲ 프레디 머큐리 초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콘서트에 한 번 가보기를 소원했던 이들에게 선사하는 선물 같은 영화다. 음악의 꿈을 키우던 이민자 출신의 공항 노동자가 퀸의 보컬이 되어 전설의 록밴드가 된다는 서술이 전부인, 연출 측면에서는 정말 별 볼일 없는 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동을 주는 것은 한시도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 덕분이다. 팝송에 관심 없던 이들도 수시로 읊조리던 노래 아닌가. 다들 히트곡이 이렇게나 많았고 사랑했던 노래가 이렇게 많았던 건지도 몰랐다고 말한다. 따라 부르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혼났다고 할 만큼.

그룹 퀸은 프레디 머큐리가 죽어서 전설이 됐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그런 측면도 전혀 없지는 않으나 사람들이 사랑했던 노래만큼은 진짜다. 지금도 브라운관과 거리에는 그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이 영화는 전설처럼 전해지던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직접 참여해서 환호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만하다. 그러자면 반드시 커다란 스크린으로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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