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농민들 ‘강력 투쟁’ 경고… ‘농협RPC 무용론’ 제기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회가 10월7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를 향해 쌀값 대란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농협을 향해 쌀값대란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적절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를 봉쇄하겠다는 의지도 밝혀, 향후 해당 기관 등과 물리적으로 충돌 가능성도 엿보인다.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7일 오전11시 사천시청 브리핑룸. 이 자리에는 지난 9월15일부터 28일까지 이어온 농민총회에서 선출된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 일부가 참석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올해도 나락이 풍년”이라고 한 뒤 “(그럼에도)우리 앞에는 한숨과 절망만이 놓여있다”는 탄식으로 시작했다.

나락값조정위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인용해 “9월5일 기준 산지 벼 가격이 40Kg 당 4만8123원으로 지난해 동기대비 14.2% 하락했다”면서 쌀값 하락의 현실을 알렸다.

이어 사천농협RPC연합단과 진주농협연합RPC가 각각 4만2000원과 4만원으로 자체수매 선지급금을 정한 것과 관련해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라고 지적한 뒤 “선지급금의 하락은 쌀값 폭락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고 분노했다.

따라서 나락값조정위원들은 정부를 향해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국민들의 쌀 소비 감소만 탓하며 쌀국수 쌀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꼬집으며, 농업학계와 정치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즉각 식량수급체계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회 이창은 공동위원장과 최대근 위원(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특히 대북 쌀 지원을 재개하고 이를 법제화 할 것을 요구했다. 또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 생산비보장을 위한 근원적 대책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농민들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임도 경고했다.

사천시를 향해서는 쌀값대란을 막기 위한 농업소득안정기금 6억 원을 책정할 것과 이를 영구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사천시농업소득안정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사천농협RPC연합단에는 사천시 농협나락공동구매가격을 지난해 ‘공공비축미가격+생산비10% 상승’에 맞는 6만2073원을 요구함과 동시에 자체수매 잠정가격을 작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농협RPC를 봉쇄하고, 공공비축미(건조벼)를 사천시청 앞에 쌓는 방법 등으로 저항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기자회견 과정에서 나락값조정위원들은 농협RPC에 강한 불만을 쏟아 냈다. 사천시농민회장이면서 나락값조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창은 씨는 “농민 조합원이 주인인 농협이 먼저 나서서 나락값 폭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면서 농협이 나락값 선지급금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했음을 질타했다.

또 서포면 최대근 씨도 “지금의 형태라면 농협RPC가 굳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농민들을 위한 역할을 못한다면 차라리 없애는 편이 낫다”면서 농협RPC무용론까지 들고 나왔다.

이날 농민들은 기자회견 뒤 각 단위별 지역농협조합장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조합장들이 하나 같이 자리를 비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최대근 위원(가운데)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농민들은 쌀값대란을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사천RPC를 봉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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