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빤한 이야기지만 한국 좀비영화는 <부산행> 전후로 나뉜다. 기괴한 공포가 전부인 서양 B급 영화 정도로 여기던 소재가 한국 영화 시장에서도 대중적으로 용인될 수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무려 천만이 넘는 흥행성적 덕분에 새로운 시도와 모험에 자본의 투자가 시작되었고, 마침내 좀비 액션 사극 블록버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장르의 <창궐>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고백부터 하자. 지구상의 온갖 좀비물은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좀비물 팬이다. 태생 자체가 마이너인 좀비영화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다. B급 정서와 장르적 쾌감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불호를 외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자본논리에 따라서 당연히 자주 제작될 수 없으며, 설령 개봉한다고 해도 소수의 좀비 팬들은 명작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장르적 쾌감만 만들어 준다면 완성도 따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궐>은 기대작이었다.
 
천문학적인 제작비에 ‘장동건’, ‘현빈’이라는 투톱으로 내세운 출연진의 위용 또한 거대하다. 당연히 기대 또한 커야하겠지만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연 이 거대 자본으로 어떤 좀비 영화가 나올까. 헐리웃에서도 자본과 좀비의 결합은 낯설지 않지만, 문제는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흥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 때문에 자칫 좀비 영화 본래의 속성을 잊고 탈장르화 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기대는 쉽게 하는 게 아니다. <창궐>은 좀비 영화 특유의 정서나 매력이 없다. 무엇보다 좀비가 갖는 영화적 영향력이 미미하다. 즉, 장르적 쾌감이 없다는 의미다. 엄밀히 말해서 좀비 장르에 넣기에도 애매하다. <창궐> 속 좀비의 뱀파이어적 속성을 지적하자는 게 아니라 기분학상의 문제다. 그렇다고 변종좀비라고 할 수도 없으니 새로운 ‘크리처 무비’라고 봐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살펴봐도 만족감은 떨어진다.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은 사극대로 기능하고, 변종 좀비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심히 달리고, 그 와중에 배우들은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 눈물이 날 만큼 열심히 하는 게 눈에 선하게 보이지만 도무지 서사에 늘러 붙지 않는 캐릭터 때문에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 2인3각 달리기에서 서로 달려가겠다고 난리치면 어떻게 되겠나. 그래서 영화 곳곳의 상징은 좀비 떼처럼 기시감만 우글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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