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래 전에 어느 국회의원과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변론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 사건은 선거사무장이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300만 원 이상을 선고받게 되면 국회의원이 그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원직을 잃게 되는 것이 문제였고, 자치단체장의 사건은 선거과정에서 지인으로부터 받은 돈이 불법적인 선거자금인지가 문제였다.

당원대회에서 당원 아닌 일반 주민들을 동원하기 위해 버스를 제공한 선거사무장은 1심에서 25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검사의 항소는 기각되어 의원직이 유지되었다. 선거범죄에서 법원이 형을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범죄사안의 중대성 정도에 비추어 해당 선출직 공무원의 지위를 박탈하는 것이 마땅한가 하는 점에 있다. 선출직 공무원 본인의 경우 벌금 100만 원, 선거사무장의 경우 벌금 300만 원 이상이 선고되면 그 직이 박탈되기 때문이다.

한편, 선거자금이 부족했던 자치단체장은 지인으로부터 은행계좌로 송금 받는 방식으로 돈을 빌렸고 선거 이후에 약간의 이자를 부쳐 이를 변제하였는데, 검찰은 이를 불법적인 정치자금, 선거자금으로 보아 기소했다. 불법적인 자금을 은행계좌로 주고받는 일이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공소장을 보자마자 무죄를 확신했다. 경찰의 표적수사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단정했다. 법원의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필자가 재판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다보면, 의외로 쉽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 드러나는 것을 자주 느낀다. 특히 구속이나 신분박탈이 달려있는 형사재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선출직 공직자나 큰 단체의 수장이 형사사건의 피의자, 피고인이 되면 그 사람의 그릇이 보인다고나 할까.

적어도 내가 맡은 사건의 그 의원은 국회의원을 하고도 남을 넉넉한 그릇이라고 느꼈다. 일제강점기에 살았다면 안중근, 윤봉길 의사에 버금가는 독립투사가 되었으리라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현재 정치를 떠났지만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내가 느낀 그런 감정 때문이리라.

선출직 공직자라면 부나 명예가 아닌, 그 내용과 방식은 다를지라도 국민과 국가에 대한 헌신의 일념이어야 하지 않을까. 도대체 왜 정치를 하는가. 돈과 연관된 선출직 공직자의 불법에 관한 이런저런 기사를 접하면서, 떠난 이들이 더욱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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