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엔 4차원, 돈키호테 등으로 불리는 사람 한둘은 있다. 최근 개봉하여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 ‘암수살인’의 주인공 형사도 그런 사람이다. 범인의 거짓자백은 믿고, 동료경찰의 충고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 심지어 경찰조직에 누가 되고 동료를 물 먹이는 사람이다. 그러나 죄 지은 자에게 그 죄를 밝혀 벌 받게 하는 것이 정의라면, 그는 분명 정의의 수호자다. 박스오피스 1위 영화의 주인공이 될 충분한 자격이 있다.

‘지옥문 앞에는 온갖 선의로 가득 차 있다’는 말이 있듯이, 천국의 계단 앞에도 어쩌면 그다지 선하지 않은 의도였으되 다수의 이익이 된 결과를 창출한 사람이 즐비할 것이다. 선한 의도와 열정어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 앞에서는, 비록 그 결과가 천국에 도달할 정도는 아니었다 해도 4차원, 돈키호테란 말을 삼가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세상, 그리고 더 나아지리라고 기대하는 미래는 다수의 조직된 큰 목소리가 주요하게 작용하지만, 쉬이 순응하지 않고 쉬이 복종하지 않으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온 소수의 ‘외톨이’ 외침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서, 범인이 자백했는데 왜 검사는 기소하지 못하고, 또 판사는 유죄를 선고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임의성 없는 자백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자백배제법칙,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에는 그 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없고 다른 보강증거가 필요하다’는 자백보강법칙 때문이다.

우선,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범죄사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인정하는 진술인 자백은, 고문・폭행・협박・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기타의 방법에 의하여 자의로 진술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자백하면 기소유예를 해 주겠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지 않고 가벼운 형법으로 처벌받게 해주겠다는 등의 약속에 의한 자백이 위 ‘기타의 방법’의 대표적인 예다. 영화 속 집념의 형사가 자백을 얻기 위해 영치금 등을 넣어주는 것도 이러한 약속에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그렇게 얻은 자백은 ‘임의성’이 없어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한편, 그렇게 해서 얻은 자백에 따라 어렵사리 사체를 찾았지만, 자백의 대상인 범죄의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 사체는 그 자백을 보강하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자백을 보강할 다른 증거가 없으니 자백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임의성 없는 자백은 증거능력이 부정되고,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처벌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의 중요한 두 원칙의 존재는, 무자비한 고문・ 회유・ 협박 등으로 얻어낸 거짓자백으로 무수한 억울한 범죄자를 양산했던 봉건질서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다른 한편, 여전히 피의자의 자백에 의존하는 수사관행에서 탈피하여 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수사를 요청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의로운 사람의 사명감어린 집념에 갈채를 보내는 세상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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