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이제는 관용구처럼 쓰이지만 추억은 참 힘이 세다. 생각보다 강하고 오래 간다. <스타탄생>은 스무 살 언저리 무렵 1976년作으로 처음 만났다. 한창 감수성이 충만하던 시절이라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처절하게 울부짖던 ‘Watch Closely Now’는 영원히 잊히지 않을 사랑의 아픔으로 각인됐다. 시간이 제법 흐른 뒤 영화공부 좀 했네 하고 다시 보았을 때, 생각보다 낮은 완성도에 실망했지만 그 아릿하고 아팠던 추억만큼은 흐려지지 않았다. 

예고편부터 뭉클하던 2018년作은 그 시절의 그 감성이 고스란히 되살아나서 보는 내내 울컥하게 만든다. 신기하게도 ‘브래들리 쿠퍼’의 얼굴에 ‘프레드릭 마치’나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얼굴이 겹치지도 않았고, ‘레이디 가가’의 노래 위로 ‘주디 갈란드’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목소리가 떠오르지도 않았다. 2018년版 <스타 이즈 본>은 ‘전 세대를 관통하는 마스터피스’라는 영화의 카피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또 한 편의 멜로 마스터피스로 남았다. 

<스타 이즈 본>은 무명의 가수와 스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성공과 야망과 좌절의 과정을 보여주는 멋진 음악영화다. 처음부터 이런 내용은 아니었다. 1937년作 <스타탄생(A Star Is Born)>이 원작으로 1954년과 1976년에 이어 두 번이나 리메이크된 바가 있는데, 최초(1937)의 여주인공은 배우였고 두 번째(1954)는 뮤지컬배우였으며, 1976년에 비로소 가수가 되었다. 네 작품 모두 큰 줄거리는 같지만 2018년作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열연한 1976년作의 리메이크에 가깝다. 하필이면 전작 세 편 가운데 가장 작품성이 떨어지고 울화통 터진다는 작품을 고른 탓에 분명 아쉬움은 있지만, 노래가 주는 감동의 힘에 기대겠다는 착상은 사실 결코 나쁘진 않다. 아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표준이 되어버린 이유도 있을 것이다.

브래들리 쿠퍼의 감독으로서의 재능에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고 첫 번째 영화임에도 놀라운 화면 장악력을 보여준 ‘레이디가가’의 아티스트적 면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원작의 장점을 놓치지 않으면서 지금 감성에 맞는 개성을 보여준 <스타 이즈 본>은 다시 세월이 흘렀을 때 또 누군가의 추억이 되어 눈물을 쏟게 만들 것 같다. 

가을은 멜로 영화에 빠지기에도 음악 영화를 즐기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 이즈 본>은 때 맞춰 개봉한 썩 괜찮은 가을 선물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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