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과나무.

수확의 계절 가을답게 온갖 먹거리와 각종 열매들로 풍성하다. 그 중 모과나무의 열매가 눈에 띈다. 평범한 가지에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열매가 자루도 없이 바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엉뚱하고 재미있다. 한번은 지인이 차에 두라며 모과 하나를 건 낸 적이 있다. 대박이다. 오래된 차가 풍기는 특유의 쾨쾨한 냄새를 잡는 일등공신이 바로 모과의 향이였다. 그 후 해마다 모과를 차안에 두고 향을 즐기고 있다. 가을이 차 안으로 깊게 들어온 느낌이다. 

모과나무의 열매인 모과는 ‘나무에 달린 참외’라는 뜻의 ‘목과(木果)’에서 모과로 변한 이름이다. 모과나무는 중국이 고향인 오래된 나무이다. <시경(詩經)>에 위풍(衛風)편에는 “나에게 모과를 보내주었으니 아름다운 패옥으로 보답코자 하나니...”라는 글이 있다. 친구나 애인 사이에 사랑의 증표로 모과를 주고받았음을 알 수 있다. 친구와 애인 사이라면 입에 올리지 말아야 할 못난이의 대명사인 모과가 2~3천 년 전에는 귀한 물건이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동국이상국집>에 모과가 실린 것으로 보아 고려 이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어느새 모과나무는 오랜 시간 이 땅에 살아오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나무가 되었다.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모과 때문에 네 번 놀란다”는 말. 모과의 못생긴 모습에 놀라고, 그 못생긴 모과에 어찌 그런 향기가 나는지 모과의 향기에 놀라고, 향기로운 열매에서 상상할 수 없는 떫은맛이 난다는데 놀라고, 마지막으로 한약 재료로 유용한 쓰임새에 놀란다. 어렵지 않게 동의가 된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더하고 싶다. 다섯 장의 꽃잎이 연분홍색 꽃으로 피어 가냘픈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모과나무의 꽃에 또한번 놀란다고. 평소 모과나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있는데, 어찌 이런 앙증맞은 꽃을 피울까 싶어도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장미’와 한 집안이다. 내년 봄에는 모과나무 꽃을 꼭 찾아 눈에 가득 담아두길 바란다.

모과의 향기 못지않은 특징 중 하나가 모과나무의 껍질이다. 매끈거리는 껍질은 갈색이나 보랏빛이 돌고 윤기가 흐른다. 자라면서 묵은 껍질은 봄마다 조각조각 떨어지는데, 조각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푸른빛이 만들어내는 얼룩의 모양과 빛깔이 아주 독특하다. 밀리터리 룩(military look)의 얼룩무늬 같다.

모과나무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있다. 흥부전에서 흥부가 박을 타 부자가 된 후에 놀부가 흥부네 집에서 빼앗아 간 화초장은 바로 모과나무로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모과나무는 재질이 치밀하고 광택이 있어 아름답고 다루기도 쉽기 때문이다. 모과나무는 목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 모과를 얇게 저며 설탕과 함께 재어놓으면 기침할 때 약으로 쓸 수 있고, 체하거나 설사가 날 때 먹어도 효과가 좋다. 향이 좋으니 모과차와 모과주로도 인기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있다. 모과의 외모만 보았지 쓰임새까지 보지는 못한 속담이다. 사람도 외모로 평가하지 말고 내면을 보는 눈을 가지라고 타이르는 것 같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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