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시인

제가 하는 몇 가지 운동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달리기입니다. 여기서 달리기라 함은 마라톤 나아가 울트라 마라톤까지를 포함한 영역입니다. 비가 오든, 날이 몹시 춥든, 엄청나게 덥든 달리기는 마음만 다잡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달리는 저를 두고 한 번씩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렇게 죽기 살기로 뛰느냐, 연골이 다 닳았을 텐데 이상이 없느냐, 무릎 관절을 생각해서 이제 종목을 바꿔라, 나이가 얼만데 만년청춘인 줄 아느냐 등. 

달리기를 하거나 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분명히 인지해야 할 사실이 있습니다. 빨리 달려서 기록이 좋든, 초인적으로 아주 먼 거리를 뛰었든, 사막이나 남극, 북극 같은 극한 상황을 두 다리로 이겨내었든, 동일한 종목을 뛴 횟수가 몇 백 회 되었든 그것은 개인적인 성과일 뿐입니다. 마라톤과 관련 있는 어느 특정 단체가 개인의 기록을 관리하여 자료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목표 달성에 따른 자기만족과 자기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데에 목적이 있습니다.  

달리기를 잘한다 해서, 오래 했다고 해서 또 부상 없이 지내왔다 해서 무병장수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분명 병에 걸릴 수 있고,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일찍 운명을 달리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그토록 처절하게 달리는가, 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저는 건강한 삶과 건강한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음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이는 달리기를 하며 건강하게 살다가, 달리기를 했기에 건강하게 죽는다는 얘기입니다. 

항간에 유행한, 의미심장하면서도 우스갯소리인 듯 재치를 담은 말이 있지요. ‘9988124’ 구구팔팔일이사, 구십구 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하루 이틀 아픈 뒤 죽는다는 말로 풀이합니다. 실제 발생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시사하는 바는 우리가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숨이 붙어있는 순간까지는 팔팔하게 건강하게 살자는 뜻입니다. 물론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된다면 뭐가 걱정이겠습니까만, 뜻과 같지 않더라도 최선의 노력은 해 보자는 입장이지요.

역설적으로 들리겠습니다만, 걱정을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습니까. 누군가 해결해 주길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으니 어려운 과제임은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요. 한 시간 운동하기, 마음 다스림, 음식 조절하기. 이 세 가지를 실천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개인차가 있어 누구에게나 동일한 결과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보편성은 갖고 있을 겁니다. 

최소한 우리나라의 남녀 평균 수명만큼은 살다가, 편안하게 또는 안타깝지만 갑작스럽게, 건강하게 죽는다면 이를 오복의 하나인 고종명考終命이라 이를 만하겠지요. 앞서 언급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한다 하여 남보다 훨씬 길게 오래 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죽는 순간까지는 수족을 건강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하자는 것입니다. 건강한 죽음은 건강한 삶과 전혀 별개의 상황이 아니라 그 연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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