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관상>과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인 <명당>은 추석 개봉에 어울리는 구색과 장점을 두루 갖춘 영화다. 팩션(Faction) 특유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과 인물들의 배합도 좋은 편이고 사건을 이어가는 방식 또한 기시감이 들만큼 무난하고 익숙하다, 그게 단점으로 다가올 정도인데, 늘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서 긴장을 불어넣고 흐름을 이어가는 것은 배우들이 호연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채로운 색깔의 필모그래피를 구축해온 배우들의 연기가 이 심심하고 빤한 영화의 멱살을 잡고 이끌어 간다. 그리고 이런 배우들의 중심에 ‘조승우’가 있다.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화면을 채우는 배우들이 있다. 대체로 좋은 배우들이 그렇다. 꼭 외모가 잘 생겨서 그런 것도 아니고 표정이 좋아서 그런 것도 아니다. 이런 존재감이란 것은 사실 외적인 것보다는 내적인 것에서 뿜어 나오는 이미지 혹은 분위기 등에 기대는 바가 크다. 이른바 이런 대배우의 아우라는 화면을 채우는 것으로 모자라 화면 밖을 뚫고 나와 관객들의 ‘심장을 폭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배우’의 아우라는 꼭 연륜이 쌓인 중장년층의 배우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오랜 세월 훈련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어서 어찌 보면 타고 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조승우가 그렇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는 외모도 아니며 눈빛이나 말투도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 이 소년에 가까워 보이는 청년이 프레임 안으로만 들어가면 또는 무대에 서면 그는 다른 사람이 된다. 그래서 믿고 보는 배우 중 한사람이 되었고 자연스레 충무로의 주역으로 안착했다. 작품을 보는 선구안도 비교적 좋은 편이지만 어떤 역할을 맡던 그만의 존재감을 만들고 영화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지관 박재상’을 연기한 <명당>에서는 <말아톤> <내부자들> 등에서 보이던 화면 장악력을 보기 힘들다. 일부러 내려놓은 것처럼 존재감 강한 다른 배우들 사이를 사뿐사뿐 걷는다. 이러한 설정이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으나 이렇게 주연배우가 존재감을 숨긴다는 모양새가 <명당>이 갖는 장점이자 약점이다. 곱게 말하면 지세를 아우르는 ‘명당’처럼 영화 전체를 아우르고 조망하는 느낌을 주지만, 존재감만이라는 파급력을 숨긴 대가는 어떻게 치러야 할까. 아마도 흥행 성적이 말을 해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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