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15×12. 2018.

사람의 마음을 좌지우지 하는 단어중 하나가 이 “첫” 이라는 단어가 아닐 수 없다. 젊은 시절에는 첫사랑, 첫 미팅, 첫눈, 첫 여행, 첫 경험들로 온통 가슴이 뛰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니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는 일들을 그다지 만나기 쉽지가 않다. 예전에 갔던 그 곳이었고,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 맛이었으며, 그때 보았던 그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잇살에 숫자가 더해지니 나는 기억이나 추억, 향수가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런 나잇살이 점점 많아져 가는 내게 요즘의 최고 화두가 무엇이냐 물었다. 한 번의 망설임 없이 “첫” 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당신들은 저의 첫 콘서트 관객입니다”
“이곳에 앉아있는 여러분이 제 대학출강의 첫 제자들입니다”
“이 지면이 첫 오픈 글쓰기 공간입니다”

처음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익숙함이라는 것이 따라 오게 되고, 그 익숙함은 숙련되어지는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어떻게 펼쳐 나갈지 모르는 두려움과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감은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둔해질 대로 둔해져 버린 그 심장의 박동소리도 “첫”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게 되면서 갓 만들어진 심장덩어리마냥 섬세하고 촉촉하다. “첫”은 다시는 겪을 수 없다. 두 번 다시는 오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침을 삼키기 힘들 정도로 목이 부어오르고 치통이 다시 시작 되었다. 무언가에 신경이 예민해지면 생기는 지병쯤으로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익숙한 지병을 겪으면서도 또 처음으로 지병이 생겨 버렸다. 손과 발이 쉬지 않고 시계추처럼 움직이고 실없이 비실비실 웃고 있었다. 눈빛이 환해지어 세상이 아름답고 눈부시다. 나는 이것을 “첫” 이라는 흥분을 혹독하게 치루고 있는 중에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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