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18 일
연재/기획
[일향만리]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정삼조 시인  |  webmaster@news4000.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9.05  11:10:1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Kakao Kakaostory
   
▲ 정삼조 시인.

이상(1910∼1937)은 일제강점기에 나서 요절한 천재 문인으로 알려졌다. 1931년에 정식으로 작품을 발표했으니 그 수습과정을 포함해도 불과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한국 문학에 한 획을 그은 시 ‘오감도’ 소설 ‘날개’ 등의 수많은 작품들을 생산한 까닭이다. 그 이상이 1936년 구인회 동인지인 ‘시와 소설’ 발간에 붙여 “어느 시대에도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말을 남겼다. 기교가 결코 본질이 될 수 없다는 문학이론으로 읽힐 법한 말이지만 그 중 “어느 시대에나 그 현대인은 절망한다”는 말만 뚝 떼어놓고 보면 그냥 문학이론만으로 흘려듣기엔 그 무게가 만만치 않다. 

이상이 살았던 시대는 그야말로 암흑시대였을 것이다. 그 시대 사람들을 모두 친일파 아니면 독립운동가로 이분법해 버릴 수야 당연히 없는 일이지만, 그 친일파도 아니고 독립운동가도 아닌 사람들은 처신하기가 몹시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공직에 나아간다는 일은 자칫 친일행위 아니면 최소 부역행위는 되었으리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니 일제 때 제 조상이 면장을 했느니 군수를 했느니 집안 자랑을 하는 얼간이의 말에 혹하는 더 얼간이도 때로 있지만, 그 시대 조선총독부 건축기사라는 안정된 직업을 건강상의 이유로 팽개치고 금전과 별 관계없는 문학의 길로 들어선 이상에게 그 시대는 분명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시대만 그런 게 아니라 어느 시대의 사람에게나 삶의 길이란 너무 힘들어 절망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고 스스로를 위로한 것은 아니었을까.

시대를 이야기하자면 이상보다는 한 세대쯤 앞선 신미양요(1871년) 무렵에서 시작해 대한제국(1897∼1910) 시대를 주 무대로 하는 젊은이들을 다룬 요즘의 TV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흥미를 끈다. 이 드라마의 주축은 한 명의 양반집 아가씨와 세 젊은이가 이룬다. 그밖에 친일파와 그 친일파에 맞서는 의병(양반, 도공, 포수 등)이 나온다. 아가씨는 벌써 의병으로 활동 중이고 세 젊은이는 각각 아가씨의 정혼자였던 동경유학파, 도주 노비였다가 미국에서 귀환한 미군 장교, 백정 신분이었다가 역시 귀환한 일본낭인집단의 우두머리로 분해 있다. 

세 젊은이들이 모두 아가씨를 사랑한다는 로맨스를 얼개로 하여 사건이 주로 진행되고 있지만 그 행동들은 조선의 백성이라는 점에서 각기 제약을 받는다. 말하자면 이 시대의 나에게 나라는 어떤 존재며 그 나라의 안위를 위해 나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정 노비 포수 출신들은 나라에 대해 혜택은 털끝만치도 받지 못한 채 고통과 절망만 받았던 잊지 못할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 시대에 내가 살았더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하는 생각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데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드라마란 생각이 든다. 

2018년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이상의 말대로 어느 시대에나 절망적이었던 것만큼이나 과연 절망스러운 시대인가. 아니면 어느 시대에나 절망적이었던 것처럼 이 정도 절망이라면 그런대로 버텨볼만한 시대인가.

<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편집규약후원안내독자위원회광고문의기사제보독자투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공무수행사인현황
제호:뉴스사천 | 명칭:인터넷신문 | 등록번호:경남아00051 | 등록연월일:2008년 7월 9일 | 발행연월일:2008년 8월 29일 | 발행인:하병주 | 편집인:강무성 | 청소년보호 책임자:강무성
발행소(주소):경남 사천시 사천읍 역사길 9 KT사천빌딩 2층 (우)52519 | 전화번호:055-855-4040 | 팩스번호:055-855-4041 | mail:webmaster@news4000.com
Copyright © 2011 뉴스사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news40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