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포스터.

영화는 많은 사람들의 협업으로 완성되지만 결국은 감독의 예술이다(라고 생각한다). 또한 영화와 감독의 관계는 지극히 현재적이어서 단지 영화 한 편을 통해서도 그것을 만든 감독의 세계관과 현재의 취향, 앞으로의 지향까지 엿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소비하는 관객 입장에서는 감독의 생각 따위는 궁금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영화를 선택하는 순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생산자인 감독의 생각과 만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생각이란 것은 무척 포괄적이며 수용자에 따라 다르게 읽히고 또 시간이 흐르면 변화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가진 현재의 메시지가 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 <상류사회>의 메시지는 참 불편하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수없이 본 그들만의 세계는 이제 더 이상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조금 부족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는 허술한 스토리와 맥락 없는 플롯 때문에 도리어 허무할 정도다. 한마디로 결말이 예견되는 식상한 이야기를 고루하고도 빤한 방식으로 끌고 가니, 가끔씩 스쳐 지나는 꽤나 신경을 썼음직한 감각적인 미장센까지 자연스레 묻혀버린다. 덕분에 영화 속 주인공들의 욕망과 <상류사회>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욕망까지도 부유한다. 

영화의 서사는 지극히 현재적이어서 현실의 사건 혹은 상황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상류사회>의 현실 역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시공간이다. 진부한 소재와 식상한 주제, 지루한 내용과 고루한 형식까지 그야말로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터라 그저 안타까운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주연인 박해일과 수애의 연기는 볼만하지만 캐릭터의 전형성이나 스토리 응집력이 부족하다 보니 ‘개연성 없음’ 딱 거기까지다. 

게다가 시사회 때부터 화제가 된 윤제문의 베드신은 노골적이며 우울하다. 일본 AV 배우까지 등장시키면서 수위를 높였다는 묘사는 풍자로 읽히기보다 통속적이다. 흔히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 영화 <상류사회>의 예술성을 논하려면 정말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의문부터 던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할 만큼 난감하다. 마무리는 덕담으로 끝내고 싶은 개인적 ‘욕망’으로 한 줄 덧붙이자면, <상류사회>는 그 노골적이고도 허술한 점 때문에 역설적으로 ‘욕망’의 민낯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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