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자] 회양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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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놀자] 회양목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 승인 2018.08.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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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양목.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 내려 밖을 나서면 처음 만나는 나무가 있다. 나무를 주로 도장 만드는 데 썼기 때문에 ‘도장나무’라는 별명을 가진 회양목이다. 얼마 전 관리사무소에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모든 나무에 가지치기를 했는지 동그랗게 다듬어져 있었다. 초4 딸과 함께 내려간 김에 모처럼 나무 이름도 가르쳐 줄 겸 회양목 열매를 가까이 보여주며 무엇을 닮았는지 물었다. 바로 “부엉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었다.

회양목은 북한의 강원도 회양(淮陽)에서 많이 자라기 때문에 회양목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또 석회암 지대에서 잘 자라고 나무껍질이 회색이여서 회양목이라고도 한다. 한자로는 ‘황양목(黃楊木)’이다. 하여튼 회양목은 경북, 충북, 강원도 등 전국의 석회암 지대에 잘 자라는 우리나라 특산 나무이자 야생나무이다. 회양목은 1년 내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로 3월 말이면 연한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꽃이 너무 작아 꽃이 피는 줄도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다른 나무들이 꽃을 피우기 전에 회양목이 달콤한 꽃 향을 풍기니 벌들이 많이 찾는다. 잎은 새끼손톱만큼 앙증맞고, 꽃이 지자 맺히기 시작하는 초록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세 갈래로 갈라진다. 이 벌어진 열매 모습이 ‘부엉이’처럼 보인다.
 
나무는 종류에 따라 자람이 빠른 나무가 있고, 자람이 더딘 나무가 있다. 회양목이 자람이 더딘 대표적인 나무이다. 흔히 보는 회양목은 사람 키 높이를 넘지 못하고 수십 년 자라도 팔목 굵기를 넘지 못한다. 게다가 사이에 가위손들이 나타나 다듬어 주고 있으니 자랄 새도 없고, 주로 둥근 모양으로 다듬어지니 처음부터 둥글게 자라는 나무인 줄 안다.

그러나 우리나라 토종이고 야생임을 증명하는 회양목은 천연기념물 459호로 지정된 경기도 여주 영릉(효종왕릉)의 회양목이다. 나이 300년, 키 4.7미터, 줄기둘레가 63센티미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회양목이다. 그리고 도산서원의 퇴계 선생이 거처하던 집 앞에도 회양목이 자라고 있다. 회양목은 선비들이 거처하는 사랑채나 서원에 한두 그루씩 심었던 나무이다. 이렇게 자람이 늦은 회양목이지만 나무질이 곱고 균일하며, 치밀하고 단단하여 쓰임새가 많은 나무이다. ‘도장나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개인 인장, 관인(官印), 낙관(落款) 등 도장의 재료로 쓰였고, 얼레빗, 호패, 표찰, 장기알 등의 재료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이 외 더 중요한 쓰임새로는 조선시대 왕조실록을 비롯한 책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작은 목판이나 나무활자의 재료였다. 심지어 불국사 석가탑에서 나온 무주정광대다라니경을 찍은 목판 나무가 회양목이라고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고 보니 옛 선조들은 우리 땅에서 자라는 나무의 장점을 알고 생활에 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인쇄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회양목의 종류에는 잎이 좁고 긴 ‘긴잎회양목’, 잎이 더 크고 잎자루에 털이 없는 섬지방에 주로 사는 ‘섬회양목’ 등이 있다. 회양목은 그늘이건 양지건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건조한 상태와 공해에도 강해서 기르기 쉽다. 그러나 잎이 황색을 띠기 시작하면 석회질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므로 보충해 주어야 한다.

우리 삶터 가까이에 있는 회양목을 가지고 숲에서 아이들과는 놀 때는 회양목의 초록 열매를 따서 공기놀이를 하고 멀리 던지기, 젓가락 옮기기, 소꿉놀이 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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