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이 더위를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안부로 묻는 말이다. 더워도 너무 덥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데다가 습도까지 높아 조금만 움직이면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올 여름 같은 더위가 20여년 만에 처음 겪는다고는 하는데 수치로 비교할 필요도 없이 너무 덥다.

지금까지 겪어본 더위 중 가장 강렬한 것은 미국 텍사스 주의 샌안토니오란 도시로 연구하러 갔을 때이다. 마침 12월초에 그 곳에 도착하였는데, 한겨울인데도 옷차림들이 가벼워 보여 역시 소문대로 따뜻한 도시라는 생각은 잠시였다. 막상 여름이 시작되니 그 열기가 보통이 아니었다. 약간 과장되게 말하자면, 한낮에 자동차를 탈 때 자동차 시트에 살이 데이지 않도록 의자 앞쪽으로 살짝 걸터앉아서 운전을 해야 할 정도였다. 그곳에서는 계란이 차안에서 익는 것은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참으로 그런 더위는 처음이었다. 보통 화씨 100도(섭씨 37.7도)가 넘는 날이 길게 이어지다 보니 더위로 인한 사망자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주로 형편이 어려워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한 노인들이 희생되고는 한다. 우리의 체온이 정상적으로 36.8℃ 정도인데 37도가 넘으면 기온이 체온보다 높아 몸의 열을 밖으로 방출하기 어려워지니 체온을 조절하기 어렵다. 게다가 온도가 높아 공기의 밀도도 낮아 호흡 곤란도 생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올 여름의 온도도 툭하면 37도에 접근을 한다. 사무실에서 에어컨을 틀고 일을 하다 밖으로 외출을 잠깐만 해도 더위 때문에 금방 지치고 심하면 두통이 생긴다. 일의 능률도 떨어지고, 몸이 자꾸 처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지독한 폭염이 언제나 끝이 날지 기상청조차도 정확한 예측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폭염에 대한 대비를 어찌 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 외출을 자제하고 햇볕에 나다니지 말라는 홍보만으로는 폭염에 의한 재난을 예방하거나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유례없는 폭염이 계속되니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만 폭염이 지나가면 내년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고, 이제는 사고가 생기기 전에 대책을 수립해야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대형 마트가 영업시간 이외에도 에어컨을 가동하여 서민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게 해주거나, 관공서를 밤새 개방하여 더위를 이길 수 있게 해 주는 것도 미봉책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다. 한낮에 살수차를 운행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일 것이고, 거리에 설치되어 있는 방화수를 잠시 틀어 놓아 주는 것도 도움이 될 듯하다.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면 다양한 방법이 있을 듯하다. 아예 뜨거운 한 낮에는 모두 일을 쉬는 것은 어떨까?

점심 식사 후에 많은 사람들이 밀려오는 졸음을 하소연한다. 아무리 참고 일을 하려해도 무거워지는 눈꺼풀과, 반쯤 비워져 가는 머릿속을 어쩌지 못한다.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에서는 씨에스타를 갖는다고 한다. 씨에스타란 한 참 더운 시간에 낮잠을 자는 풍습을 가리키는 말이다. 연구결과를 보면, 3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자는 것은 원기를 회복하고 지적·정신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폭염 기간에는 우리나라에도 씨에스타를 도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안전사고도 줄이고, 일의 능률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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