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맞이꽃

오래전 일이다. 천연 화장품을 만드는 지인이 있다. 그 지인에게서 달맞이꽃 씨앗으로 짠 기름을 넣어 만들었다며 천연 로션을 선물로 받았다. “아니, 달맞이꽃 씨앗으로 기름을 만들어요? 달맞이꽃이 어디에 있어요?”라고 묻자, “사천 강변길에 엄청 많아요. 씨앗을 채취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제가 많이 따오죠.”라고 했다. 특별한 이름 때문에 낯설지 않은 달맞이꽃이지만 길가에 흔하게 핀 노란색 꽃이 그 꽃인 줄은 모르고 지나쳤던 것이다. 유독 노란색 빛깔의 꽃에 쉽게 마음을 뺏기는 탓에 며칠 전 노란 달맞이꽃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달맞이꽃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지로 알려진 두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에 건너와 왕성한 번식력과 생명력을 자랑하며 전국의 산과 들, 길가에 흔하게 자라는 귀화식물이다. 저녁때 밝은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아침에 햇볕이 비치면 살짝 붉어지면서 시든다. 그 모습이 꼭 달을 기다리는 것과 같다 하여 ‘달맞이꽃’, 한자로는 ‘월견초(月見草)’ 또는 밤이 깊을수록 꽃잎에 이슬이 맺혀 밤을 밝힌다고 해서 ‘야래향(夜來香이)’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석양의 벚꽃’으로 불리고, 광복 이후 많이 퍼졌다 하여 ‘해방초(解放草)’라는 별명도 있다.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에 전설이 없으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태양 신(神)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인디언 마을에 로즈라는 한 아가씨가 있었다. 이 마을 부족은 태양신을 숭배하여 주로 낮에 활동을 했는데 무척 강인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로즈는 낮보다 밤을 좋아했고, 태양보다 달을 더 좋아했다. 어느 여름날, 로즈는 한 청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듬해 마을 축제에서 그 청년은 다른 처녀를 신부로 선택하니, 로즈는 절망한다. 또 다른 청년이 자신을 신부로 선택 하지만 거부해버리자 로즈는 귀신의 골짜기로 추방을 당한다. 그 곳에서 일 년을 고통 받다가 죽게 된다. 로즈가 죽은 사실을 안 사랑했던 청년이 뒤늦게 죽음의 골짜기로 찾아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한 송이 꽃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달빛에 핀 노란꽃, 그 로즈가 ‘달맞이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인디언들은 달맞이꽃에 물을 넣고 달여 피부염이나 종기 치료를 하는데 썼고, 통증을 멎게 하는 약으로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달맞이꽃의 뿌리와 꽃, 씨앗 등이 약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달맞이꽃 씨앗 기름에는 당뇨병에 좋은 감마 리놀레산이 많아 인기가 있다. 아는 지인이 천연 화장품 원료로 이 기름을 사용하고 있으니까.

달맞이꽃 종류에는 몇 종류가 있다.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 ‘분홍낮달맞이꽃’, ‘황금낮달맞이꽃’, 달맞이보다 꽃이 큰 ‘큰달맞이꽃’, ‘애기달맞이꽃’ 등이다. 때문에 달맞이꽃은 밤에는 피고, 낮에는 진다라고 꼭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붉은빛 나는 시든 꽃과 반쯤 벌린 꽃을 동시에 달고 있기도 하고, 한낮이지만 꽃을 활짝 펼치고 있는 낮달맞이꽃도 흔하다. 기온의 변화에 따라 꽃이 피고 시드는 습성을 가진 달맞이꽃이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 습성에도 혼란이 온 게 아닌가 추측된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연일 폭염에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밤에도 건강하게 꽃을 피우는 달맞이꽃처럼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 알싸한 바람이 느껴지는 가을이 곧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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