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 마친 헬기 이륙 직후 추락, 6명 사상
사고원인 두고 자유롭지 못한 KAI ‘초상집’
KAI 측 말 아끼는 가운데 지역사회도 ‘울상’

▲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 자료 사진(사진=뉴스사천 DB)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조해 납품한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의 추락으로 군인 6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국방부가 사고원인 파악에 나선 가운데 제조와 정비를 맡은 KAI를 향한 눈길이 따갑다. 당연히 사천 지역사회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헬기 추락사고가 발생한 건 지난 17일 오후 4시 45분께. 경북 포항비행장 활주로에서 정비 후 시험비행 중이던 해병대 소속 상륙기동헬기 마린온(MUH1) 헬기 1대가 이륙 후 몇 초 만에 추락했고, 폭발로 이어져 불타고 말았다. 이 사고로 조종사 김정일(45) 중령을 포함한 군인 5명이 숨지고,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 헬기는 지난 1월에 KAI가 해병대에 납품한 마린온 2호기였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육군 기동헬기인 ‘수리온’을 기반으로 상륙기동헬기로 개조한 파생형 모델이다. 

해병대 측은 사고 직후 “마린온 헬기에서 동체 떨림 등 약간의 문제가 발생해 점검을 마친 뒤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에 나섰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모습이 담긴 영상에는 마린온 2호기가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곧 프로펠러(로터 블레이드) 날개 중 1개가 부러지고 잇달아 프로펠러 전체가 이탈하는 모습이 담겼다.

군은 조영수 해병대 전력기획실장(준장)을 조사위원장으로 해·공군, 국방기술품질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사고 목격자와 부대 관계자들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기체 운영과 정비 이력 전반을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위가 사고원인 규명에 나서면서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KAI다. 마린온 제조에서부터 정비까지 책임이 있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헬기만의 문제라면 모를까 마린온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수리온의 고질적 결함이라는 진단이 나올 경우엔 치명상이 예상된다. 정비 불량으로 판정될 경우에도 큰 상처를 피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KAI는 사고 직후인 17일 밤 9시께 입장 자료를 발표했다. KAI는 입장문에서 “이번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군 장병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깊은 위로와 조의를 표한다”며 “저희는 사고원인 규명과 대책수립을 위해 군에 적극 협조할 계획”임을 밝혔다.

KAI 내부에선 긴장감이 역력하다. 사고 발생 7일째인 23일 KAI 관계자는 “이 상황을 두고 KAI 직원들로선 어떤 말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볼 뿐이다”며 말을 아꼈다. 사고 원인이나 뒷수습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또 KAI 내 일부 직원들 사이에는 ‘사고 희생자를 위로하는 모금운동을 벌이자’는 제안도 조심스레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 본사가 있는 사천시의 지역사회도 걱정에 휩싸이긴 마찬가지다. 당장 요식업계를 중심으로 “KAI 손님이 뚝 끊겼다”며 울상이다. 시민들도 “KAI 주식 값이 곤두박질쳤다”거나 “(수리온)지체상환금만도 엄청날 것”이라며 현 상황과 KAI의 미래를 두고 걱정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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