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언제부터인가 청춘 그 자체를 들여다보는 영화가 사라졌다. 없어졌다기보다는 주목받는 영화가 드물어졌고, 있더라도 이창동 감독의 <버닝>처럼 억눌린 시대적 분위기를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으니 가볍게 보기 힘들다. 이런 마당에 큰 제작비를 들이지 않고 양질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이준익 감독이 청춘을 이야기한다. 최근에 두 자 제목에 필이 꽂혔는지 어쨌는지 <소원> <사도> <동주> <박열>에 이어 이번에도 두 자 제목의 영화 <변산>이다. <동주> <박열>과 더불어 청춘 3부작의 마지막이다. 하지만 전작보다 코미디가 더욱 강화돼 있어 훨씬 가볍다. 그 동안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 느꼈던 중압감을 벗어나고 싶었다더니 수시로 터지는 웃음에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도 가벼워진다.

군대를 핑계로 고향을 등진 후 서울생활을 시작한 주인공(박정민)이 너무 가난해서 보여줄 거라고는 노을 밖에 없다는 고향 변산으로 돌아왔다. 10년이라는 세월은 강산도 변하게 만드는 법이라 사람도 변하고 관계도 변했다. 하지만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고정관념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겪게 되는 해프닝들은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식상하다고 할 만큼 상투적이다. 틀어진 부자(父子)관계에서 비롯된 갈등이나, 잊고 있었던 과거의 흑역사가 불쑥 되살아나는 정도는 이미 충분히 짐작 가능한 사건들이다. 여기에 다소 과하다 싶을 만큼의 억지 설정이 끼어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변산>이 주는 울림은 은근히 크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웃음은 그래도 세상은 살아갈만하다고 응원과 격려를 해준다. 그리고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에게 작은 위로와 (전적으로 옳다고 할 순 없지만)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고향이라는 단어에는 그리움 또는 휴식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만 혹자에게는 외면하거나 극복해야 할 상처로 다가오지 않는가. 이런 마음의 상처는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보아야 속박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다. <즐거운 인생>의 중년의 가장들이 밴드음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었던 것처럼 <변산>의 청춘들은 랩을 통해 울분을 토해내고 굴레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물론 이런다고 해서 세상 모두가 웃는 해피엔딩이 벌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상자 안에 희망이 남아 있을 거라는 기대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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