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히어로라고 해서 언제나 지구정복을 꿈꾸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고민하진 않는다. 근엄하고 무게만 잡던 히어로는 이제 질릴 만큼 봤으니, 좀 더 친근하고 조금 더 재미있는 히어로가 등장할 때도 됐다. 그 기대치에 부응하는 캐릭터가 바로 ‘앤트맨’인데, <앤트맨과 와스프>는 모든 걸 내려놓고 웃음 하나만을 노린다. 덕분에 악당조차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한없이 가볍다. 

마블이 DC와 비교해서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에 하나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유머를 잃지 않고 관객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는데 있다. 그간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세계관을 풀어놓는 과정에서도 이 자세는 꾸준히 견지해왔으나 <인피니티 워>로 넘어가면서 순식간에 한없이 무겁고 웅장해졌다. 이제 다시 웃음을 줘야 할 때인데, 이 구역(MCU)의 개그 담당이 출동해야 할 때다. 타이밍 상 앤트맨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다.

<인피니티 워>에서 해결사의 역할을 준비하면서도 북미 관객들의 정서에 가장 쉽게 스며드는 가족애를 강조하기에 딱 알맞은 딸바보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캡틴 아메리카에 대한 팬심을 숨기지 않는 소시민적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래서 마치 쉬어가는 페이지의 기분이 든다.

이러니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나. 그래서 모지리 같은 악당이 던지는 부족함도 여유로 생각하게 만든다.

다만 MCU의 팬으로서 쏟아지는 작품이 반갑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크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이미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더 이상의 재미와 흥미본위의 작품이 나오질 않는다. 좋은 작품을 다수 만날 수 있게 됐다는 측면에서는 반가운 일이나, 때로는 간식도 먹고 불량식품도 먹는 게 삶의 낙이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MCU가 싹쓸이를 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래 의미와 달리 현재의 자본주의는 승자독식 구조를 가진다. 대기업 중에도 서로 경쟁하던 관계가 갑을이 분명해지더니 돈의 흐름은 한쪽으로만 흐른다. 자본주의 영화의 대명사격이라고 할 블록버스터 영화도 마찬가지여서 과거에는 명작의 반열에 오를 숱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MCU라는 단 하나의 세계가 마천루를 이루고 우뚝 솟았다. <앤트맨과 와스프>도 그 중에서 한 편이 되었으니, 어쩌면 앞으로는 MCU만을 블록버스터라고 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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