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놀자] 모감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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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놀자] 모감주나무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 승인 2018.07.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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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감주나무꽃.

봄을 부르는 노란색 꽃을 7월에 접어든 요맘때 본다면 그것은 십중팔구 모감주나무 꽃이다. 고속도로 양 옆으로 꽃대를 길게 세우고 푸른 잎을 수북이 덮고 있는 노란빛의 모감주나무. 고속도로의 소음과 삭막함을 걷어내고 여름 꽃이 주는 풋풋함을 한가득 선물한다. 

모감주나무는 우리에게 익숙한 나무는 아니다. 보살의 높은 경지에 오른 묘감(妙堪)이라는 주지스님의 법명에 구슬 주(珠)를 붙여 ‘묘감주’에서 다시 ‘모감주’가 되었다는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있지만 오히려 ‘염주나무’가 더 익숙하지 않을까 싶다. 가을에 꽈리 모양의 열매 속에 들어있는 까만 씨앗으로 염주를 만들었다고 하여 이름 지었다.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단단하고 만지면 만질수록 윤기가 나서 주로 큰스님들이 지녔다. 큰스님들의 염주 재료인 모감주나무 씨앗을 금강자(金剛子)라고 부른다. 금강석의 단단하고 변치 않는 특성을 가진 열매라는 뜻이다. 큰스님들처럼 도를 깨우치고 지덕을 세우지는 못하겠지만 우리도 염주를 돌리며 갖은 고민과 갈등을 떨쳐내고 욕심을 버리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모감주나무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뿔 모양의 꽃차례에 노란색의 작은 꽃을 촘촘히 모아서 피운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이지만 붉은색 테두리를 두른 것처럼 붉은색이 꽃 안을 장식하고 있다. 이 꽃의 꽃가루가 날릴 즈음이면 황금비를 뿌리는 것 같아서 외국인들은 ‘황금비 내리는 나무(golden rain tree)’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꽃이 떨어져 땅에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더 ‘황금비 내리는 나무’ 같다. 꽃 안에는 꿀이 많아 벌들이 자주 찾는 나무이기도 하고, 열매 씨앗이 염주뿐만 아니라 비누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천연비누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래저래 우리의 삶과 관련이 깊은 나무이다.

모감주나무는 바다를 통해 중국에서 우연히 들어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육지, 특히 북한의 일부를 비롯해 서해안 쪽에 자람터가 발견되었고 완도를 비롯하여 거제도, 포항까지 남동해안에서도 발견되었으며 충북, 대구 등 내륙지방까지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여 지금은 중국과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나무로 보고 있다. 또한 예로부터 모감주나무는 귀한 나무로 여겼다. 중국에서는 왕에서 서민까지 묘지의 둘레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정해 두었는데, 학식과 덕망이 있는 선비가 죽으면 묘지 주위에 모감주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모감주나무는 희귀한 편이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곤 했지만 공해에 강한 특성 때문에 요즘엔 집주변과 가로수 특히 고속도로 주변에 많이 심고 있다. 충남 안면도의 방포해수욕장 옆에는 400~500그루 정도의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있다. 노란빛의 모감주나무 꽃이 뿌려대는 황금비를 맞으면 어떤 감탄사를 쏟아낼지 궁금하다.

1년 중 절반을 보내고 7월을 맞고 있다. 혹여 삶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을지라도 길가에 핀 노란 모감주나무 꽃을 보면서 장마와 여름, 건강하게 나길 바란다.

▲ 박남희 (숲해설가 / 교육희망사천학부모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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