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에서 자란 딸기모종 사천 땅 밟다.. 12월에 통일딸기 수확

사천시 곤명면 본촌마을의 이현순 씨가 평양에서 갓 내려온 딸기모종을 소개하고 있다. 경남통일딸기는 오는 12월 중순부터 맛볼 수 있다.
“경남의 어미를 평양으로 보내고, 거기서 낳은 자식을 키워 다시 어미의 고향으로 돌려보내 어른으로 성장시킨다!”

이렇게 말하면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의아해 할 사람이 많을 성 싶다.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고 마주해 있는 마당에 어찌 어미와 자식이 남북을 자유로이 넘나든단 말인가?’

다름 아닌 ‘딸기’ 이야기다. 지난 4월20일 인천항을 통해 북으로 건너갔던 딸기 1만의 모주(또는 원종)가 평양의 천동국영농장에서 번식을 거듭한 끝에 10만포기의 모종으로 모습을 바꿔 9월23일에 돌아왔다.

이 사업은 경남통일농업협력회가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년째 해오는, 이른 바 ‘통일딸기사업’이다. 경상남도는 이 사업에 남북협력기금 등 10억 여 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통일딸기모종은 밀양지역에서만 재배되었지만 올해는 사천에서 주로 재배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밀양에서는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통일딸기 재배와 수확 체험행사 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통일딸기모종 10만포기 가운데 8만포기가 23일 새벽6시에 딸기농사로 유명한 사천시 곤명면 본촌마을 들판에 도착했다.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김병근씨를 비롯한 여섯 농가에 나뉘어 고루 심겼다.

평양에서 내려온 딸기모종이란 말에 일꾼들도 손길이 조심스럽다.
평양에서 자란 딸기모종의 상태는 어떨까. 농민들은 “보기에 깨끗하고 싱싱해 보인다”면서 “국내에서 자란 웬만한 모종보다 상태가 양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일딸기모종을 심는 일꾼들은 “하도 귀한 것이다 보니 다른 것보다 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면서 ‘특별한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경남통일농업협력회(경통협)가 통일딸기사업을 시작한 것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6년부터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민간교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딸기가 저온성 식물임에 착안, 상대적으로 서늘한 북녘에서 딸기모종을 키우는 일을 생각했단다.

실제로 딸기모종은 지리산자락이나 대관령 등 우리나라에서도 시원한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들여온 딸기모종이 1000만 주를 넘긴 것도 서늘한 기온을 좋아하는 딸기의 특성 때문이었다.

경통협은 통일딸기사업이 남북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통협 전강석 회장은 “우리로선 북의 저렴한 노동력으로 키운 우수한 모종을 확보할 수 있고, 북에는 수익사업도 되면서 기술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통일딸기사업이 순탄치만은 않다고 한다. 정치적 문제로 교류사업 자체가 위협을 많이 받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생물의 이동이어서 검역이 까다롭다. 이런 탓에 지난해에는 검역 결과 바이러스가 발견돼 모종 전량을 폐기처분해야만 했다.

갓 심은 딸기모종에 물을 주고 있는 김병근 씨.

생산된 통일딸기는 누구에게 어떻게 공급될까?

이 딸기는 지난해 등록된 ‘경남통일딸기’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전까지 농협이나 백화점을 통해 판매하던 방식에서 좀 더 변화를 주겠다는 게 경통협의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통일딸기의 상징성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평양에서 태어나 경남의 사천과 밀양에서 자란 통일딸기는 오는 12월 중순쯤이면 소비자들을 찾아갈 전망이다. 통일딸기의 품종은 ‘설향(雪香)’이다. 경남통일딸기가 널리 퍼짐으로써 남북관계에도 봄눈 녹는 향기가 넘치길 기대해보자.

'나, 어때요?' 농민들은 통일딸기가 딱딱하게 굳은 남북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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