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세상의 모든 영화가 다 명작일 수는 없다. 그리고 명작일 필요도 없다. 다만 명작이고자 하였으나 치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는데 혼자 명작인척 하면 짜증이 나는 법이다. 그리고 그 피드백은 고스란히 관객의 외면이라는 싸늘한 반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명작’에 대한 욕망이 커서 처음부터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잘 짜인 스토리, 확실한 주제의식,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 등 영화 한 편 만드는 데 챙겨야 할 것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의도하지 않았으나 ‘산으로 가는’ 영화도 탄생하는 법이다. 사족이 길었는데 그만큼 처음부터 한걸음 물러서서 내려놓고 시작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점에서 <탐정: 리턴즈>는 매우 영리한 영화다. 버릴 것은 무엇이고 확실하게 강조할 것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안다. 전편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시리즈 영화의 징검다리를 확실하게 놓는다.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고 ‘거대공룡(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예매율을 추월했다고 하니,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3편도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고 이런 시리즈 영화의 지속성은 한국 영화의 외연 확장에도 긍정적인 요소임이 분명하다. 독특한 미장센이나 주제의식을 내건 다양성 영화의 저변이 넓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류 영화의 맥락 안에서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는 이런 시리즈 영화의 성공도 반겨야 한다.

사실 <탐정: 리턴즈>는 딱히 내세울만한 흥행 요인이 없다. 권상우는 여전히 미남이지만 그 미모만으로 관객을 스크린 앞으로 불러들이기에는 역부족이며, 명불허전 연기 기술자 성동일 역시 관객 소구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 또한 탐정을 소재로 한 영화는 너무 많아서 식상하고,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도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엉뚱하게도 이 영화에서 신선한 점은 감독이다. 

2003년 <...ing> 2007년 <어깨너머의 연인> 2016년 <미씽: 사라진 여자> 등 주로 주제의식이 분명한 여성영화를 찍었던 감독이 시리즈 코믹물 연출에 나섰다. 선입견이 생길 수도 있을 법한 필모그래피를 과감히 부인하듯 어깨에 힘 빼고 웃음이라는 한 놈만 패자는 자세를 취했다. 덕분에 시간의 착오 등 설정상의 오류 따위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 정말 영리한 선택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이런 능력은 제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신뢰의 보증수표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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