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교육이 안고 있는 현실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겁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왜 그토록 상위 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에 몰입하게 되고 또 내몰리는 걸까요. 활발하고 건강하게 살아야 할 아이들이 새벽부터 밤늦도록 그리고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마구잡이 주입식 교육에 쫓기고 있습니다. 

아이들, 부모들 심지어 국가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자, 교육행정가들조차도 입학 시험에 혈안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특히 대학 입시와 맞닥뜨리게 되면 그 심각성이 최정점에 이르면서, 입시에 목을 맨다는 말이 그저 괜한 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이는 한국인들의 의식과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학벌중심주의라는 구조적 결함 속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일부 학생들 중에는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이렇다 할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다시 전문대학에 다닙니다. 거기에서 딴 자격증 또는 전문성을 가지고 취업을 하여 생활을 유지합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단편적인 경제 활동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자신의 적성과 취향을 찾아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는 부류도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상당수는 전문대학 졸업이 아니라 유명 대학 졸업을 자신의 학력으로 내세웁니다. 

즉 삶에 실익을 제공하는 실용성과 타인에게 알리는 과시용 또는 전시용이 다르다는 입장이지요. 학벌로 인물을 평가하고 능력을 가늠하는 비정상적인 일들이, 현대 사회를 사는 이 시점에서 지식인 또는 지성인이 모였다 하는 고고한 집단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게 초중고교 생활을 입시에 맞추어 대학에 힘겹게 들어가서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전과를 하거나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소비적인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교육 상황을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이해해야 할까요. 

대학 입시 제도만 바꾸면 만사가 형통하듯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아닐 겁니다. 그렇게 공을 들여 대학에 들어갔다 한들 과연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행복해 할까요. 놀랍게도 행복지수는 형편없이 낮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대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준비보다는 입시에 찌든 지금까지의 삶에서 마치 해방감이라도 만끽하듯 학문 탐구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1982년에 시행한 대학 졸업정원제(1987년 폐지)나 1988년 이후 지금껏 고수하고 있는 입학정원제에 대해 새로운 검토와 해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 입시 제도의 문제점에 얽매여 그 간 논외의 영역에 머물렀던 대학 교육의 변화와 전환을 모색하여 그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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