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쥬라기 월드:폴른 킹덤' 포스터

벌써 이렇게 됐나 싶지만, <쥬라기 공원1>이 전 세계에 CG영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린지도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실제로 스크린에서 공룡이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졸도할 것 같았다는 이들이 좀 많았던가. 그 충격에 세계가 들썩거렸고, 오죽했으면 어느 전직 대통령이 “영화 한 편이 중형자동차 150만 대를 판 것과 맞먹는다.”고 뜬금포를 날리기도 했다. 아무튼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1993년에 첫 선을 보인 후 25년 만에 돌아온 다섯 번째 시리즈다. 

<쥬라기 공원1>을 들먹이는 이유는 이른바 초심(初心)과 관계가 있다. 잠시 그간의 역사를 요약하자면, 시리즈 1편이 대박 난 이후 2편과 3편에서는 배가 터질 만큼 원성을 샀고, 2015년에 개봉한 4편 <쥬라기 월드>에서는 흥행은 했지만 결국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추억 덕분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니까 좀 제대로 만들어보겠다고 덤빈 게 바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인데, 그래서인지 이전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가 그야말로 철철 흘러넘친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만큼 기술적으로는 완벽에 가깝다. 익숙한 장면과 설정으로 가득한 오마주 덕분에 과거를 회상하는 즐거움도 있다. 정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공룡이 쏟아져 나오니 공룡덕후들에게는 가히 종합선물세트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서스펜스로 가득한 초반 긴장감과 몰입도는 거의 호러영화와 비견할 만큼 대단한 편이다. 그럼에도 만족감을 주기에는 2%가 아니라 많이 부족하다.

먼저 예고편을 통해 공개된 그 이상의 내용이 없다. 정말이다. 굳이 흥행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영화의 최고의 장면은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아껴두는 것이 기본일 텐데, 예고편 안에 최고의 엑기스만 쏙쏙 뽑아서 담은 건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개연성 없음은 블록버스터니까 하고 그냥 넘기고, 수많은 공룡이 등장하는 건 훗날 이 영화로 공룡도감을 대신하겠다는 포부였을까. 무엇보다 손에 땀이 날 만큼 초반부에 힘을 많이 쓰더니 뒤로 갈수록 맥을 못 춘다. 그리하야 눈을 반짝거리고 온힘을 다해 박수를 치면서 클라이맥스를 기대했다가 어~ 하는 순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서 최고의 명장면은 ‘공룡이 세상을 지배할 때(When Dinosaurs Ruled the Earth)’라는 플래카드가 펄럭이는 순간인데, 한국판에서는 국내 배급사가 ‘12세 관람가’를 위해서 삭제했다고 한다. 이뭐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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