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꼴값

▲ 「꼴값」정연철 지음/ 푸른숲주니어 / 2018

‘꼴값 하네’는 빈정거리는 어투가 느껴져 기분 나쁘게 들리는 말이다. ‘꼴값 떨고 있네’라고 표현하면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이 책의 주인공 창대는 모두가 원하는 꿈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아이다. 비록 어른들의 눈에는 꼴값 떠는 것으로 보일지라도.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며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는 창대는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선생님과 부모님의 애를 먹인다. 친구 엄마가 운영하는 미용실 보조 일은 물론, 드로잉북을 챙겨 다니며 날마다 헤어스케치를 하고 국제 미용 박람회도 찾는 등 나름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간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 ‘개복 씨’가 교문에서부터 창대를 가만두지 않고, 집에서는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 아버지 ‘기복 씨’가 창대의 꿈을 사관생도로 규정해 두었다. 당연히 창대의 꿈은 묵살 당한다.

이 이야기 속에는 또 다른 꿈을 품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다. 개성파 배우를 꿈꾸는 창대의 누나 현미, 아버지의 폭력으로부터 엄마를 지키기 위해 여군이 되려는 장미, 남자지만 뜬금없이 십자수나 퀼트 가게를 하고 싶다는 관중이 등장한다. 어른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틀 안에서 직업을 강요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만의 꿈의 싹을 틔우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용기 있는 창대의 모습은 때론 아프지만 희망적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그냥 하고 싶은 것을 꿈꾸라고, 찾으라고, 그러다보면 멋진 나의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그러니 좀 더 자유롭게 꿈을 찾아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저자는 언젠가 새싹처럼 고개를 내밀었던 꿈을 시들게 내버려 두지 말자고, 그게 얼마나 가슴 뛰고 아름다운 일인지 아느냐 묻는다. 장애물이 있어도 아이들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봄바람이 불면 아이들 가슴 속에 심어 둔 새싹이 움찔움찔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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