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시기다. 누군가에게는 선거철로, 또 누군가에게는 농사철로. 바쁜 농사철에 가뜩이나 부족한 일손을 선거캠프에 뺏겼음에 억울하다는 사람도 있다. 공사장 소음보다 심한 선거유세방송에 짜증을 내는 사람도 있다. 선거를 통해 권력의 교체가 가능한 우리나라는,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다.

보수층의 지지가 두터운 우리 지역이련만 이번 선거에서는 변화 조짐도 엿보인다. 빨간색 유니폼이 여전히 다수인 가운데 파란색 유니폼도 제법 눈에 띄는 까닭이다. 집권당의 교체에서 온 변화가 마땅하다. 한 도의원선거에는 노란색 유니폼이 등장했고, 어느 시의원선거에는 주황색 유니폼도 등장했다. 도지사선거부터 시의원선거까지, 크고 작은 선거에 무소속의 흰색 유니폼도 어느 때보다 많은 느낌이다. 이를 우리 사회의 다양성, 정치와 철학의 다양성으로 읽어도 될는지 모르겠다. 권력의 교체가 잦다고 해서 꼭 좋으리란 법은 없으나, 적어도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키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자칫 과열된 선거는 후보자로 하여금 불법・부정한 방법으로라도 표를 얻겠다는 해묵은 유혹에 흔들리게 만든다. 벌써부터 어느 후보자한테서 밥을 몇 번 얻어먹었다느니 하는 말이 들린다. 주민들의 신고나 고발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수사를 통해 밥으로, 술로 표를 사고 파는 민주주의 파괴범죄를 엄단해야 하겠다.

돈으로 관직을 사고 파는 나라는 이미 망조가 들대로 들었음을 말해준다. 중국 후한말기에 무능하고 타락한 황제는 관직에 가격을 명시하여 공개적으로 입찰공고까지 하였단다. 녹봉이 1천석인 자리는 1천만전이 가격이고 지위가 삼공(사도, 사공, 태위)의 반열이면 다시 천석을 더하는 식이었다. 관직을 돈으로 산 관리들이 스스로 그 비용을 부담할 리 만무하다. 가혹하게 백성을 수탈하였다.

당시의 주권자는 황제다. 황제는 관직을 판 돈으로 사치와 향락이라도 누렸다. 오늘날의 주권자는 국민이다. 공직후보자한테서 봉투를 받고 밥 한 그릇 얻어먹은 이익은 극히 미미하나 민주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의 타락으로 인해 국민 전체가 입게 될 피해는 산정하기조차 어렵다.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공익광고에 뜬금없는 ‘투표하지 마세요’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피켓 뒷면에는 ‘대한민국이 어찌되어도 상관없다는 사람은’, ‘가족과 이웃의 행복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등의 단서가 있었다. 물론 투표가 법적인 의무는 아니다. 투표를 하지 않고, 더 나아가 투표를 하지 말 것을 선동하는 행위조차도 민주주의는 허용한다. 그러나 모든 권력은 투표하지 않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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