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스탠바이웬디' 포스터

꿈이 꼭 클 필요는 없다. 목표가 꼭 원대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꿈을 크게 가져라. 목표가 크면 못 해도 본전은 건질 거라고 말한다. 부모님은 물론 학교에서마저 참 많이도 듣고 자라서인지 꿈 또한 비슷비슷한 게 이상하지 않다. 그리하여 요즘 아이들은 아이돌이 되기를 원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건물주가 꿈꾼다. 가끔 이 꿈의 행로를 벗어나면 너 참 특이하구나?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걸? 이란 피드백을 받으며 꿈의 행로를 수정하게 된다. ‘세상이 다 그렇잖아‘라는 자기 위로 혹은 변명을 하면서 말이다. 더 이상한 것은 이런 천편일률적 지향을 편견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커다란 편견, 작은 편견, 말도 안 되는 편견, 때로는 헛갈리기도 하는 온갖 종류의 편견 속에서 산다.

<스탠바이, 웬디>는 꿈에 관한 영화다. 또한 편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폐를 앓는 주인공 웬디의 일상은 반복적이다. 일어나자마자 샤워하기, 아르바이트 하기, 강아지 비트 산책시키기 등, 동일한 패턴의 시간을 반복하는 웬디에게 유일한 꿈이 생겼으니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트렉>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다. 아뿔싸, 그런데 그만 우편접수 시간을 놓치고 만다. 그리고 웬디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하고 한 번도 내딛지 않은 일상의 경계 밖으로 발을 내딛는다.

시나리오를 접수를 위해 떠나는 웬디의 길은 물리적 여행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변화 혹은 성장의 과정이기도 하다.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려내는 방식은 시종일관 담담하다. 지나친 감동도 설정도 없이 그냥 웬디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과 그 여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그린다. 개연성 있는 인물들과 일상적인 갈등의 설정은 극적인 감동으로 치닫기보다는 말미에 이르렀을 때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 한 방울 떨구게 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스탠바이, 웬디>는 등장인물 모두의 성장기이자 이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물론 영화를 본 후 장애에 관한 편견, 꿈에 관한 편견, 관계에 관한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면 말이다.

사실 이 한 편의 영화로 우리 사회의 공고한 벽이 허물어질 거라는 기대는 없다. 그저 크고 화려하고 독한 영화들 틈바구니에서 무작정 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격려를 하는, 잠시 숨을 돌리는 쉼표 같아서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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