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흔한 말이지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있을 때는 모르다가 가고 나니 아쉽다. 그 아쉬움이 그리움으로 변하면 천변만화하는 감성은 예측불허의 난기류를 만들며 마음을 저리게 한다. 김주혁이 그렇다. <독전>을 보고나니 더욱 더 그러하다. 짧은 분량이지만 그가 내뿜는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감싸 안으며 몸서리치게 한다. 이 좋은 배우를 잃었다는 상실감이 참 크다.

2018년 봄 외화강세 속에서 <독전>이 개봉 5일 만에 관객수 100만 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은 참 반갑다. <데드풀2>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양대 구도로 관객을 나누던 틈에서 선전했다는 정도가 아니라 판도를 바꾸지 않을까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입소문도 심상치 않아서 개봉 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어찌 됐든 영화는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전작에서 보여줬던 이해영 감독의 시들지 않는 신선함과 충무로 흥행배우들의 합집합이 내뿜는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을까.

이해영 감독은 여러 장르에 능한 좋은 각본가이다. 뿐만 아니라 연출의 폭도 다양해서 <천하장사 마돈나>와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까지 색깔이 다른 영화도 꽤 괜찮은 연출로 소화해낸다. 다양한 관심과 다재다능의 소산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작 <독전>은 조금 의외였다. 뭔가 이렇게 ‘쎈 영화’는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선입견도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던 영화가 <독전>이다. 색깔이 분명하고 연기력까지 두루 갖춘 배우들의 라인업 또한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하니까.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친화력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훌륭해서 살아있는 물고기처럼 퍼덕인다. 하지만 각자의 공간에서만 그러하다는 것은 참 아쉽다. 미장센 역시 훌륭하지만 이음새는 삐걱거린다. 이해영은 내려놓을 줄 아는 연출가이며 이야기를 주무르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 해서 과도한 연출 욕심 때문도 아니고 엉성한 내러티브 때문도 아니다. 전체적인 판은 키웠으나 거대 공간 속의 개별성을 아우르는 ‘조화’의 매끄러움이 부족한 탓이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보완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참 멋지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출중하기도 하거니와 캐릭터를 구축한 감독의 역량 또한 크다. 머지않아 ‘몸에 맞는 옷’을 입은 이해영을 꼭 다시 만나고 싶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