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금계국

요즘 지인들에게서 정동 앞뜰 도로변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노란꽃의 이름이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큰금계국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고, 국화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꽃의 색이 황금색 볏을 가진 관상용 새인 금계(金鷄)를 닮아서 금계국(金鷄菊)이라 하고, 꽃 전체가 노란색이며 꽃이 금계국 보다 크기 때문에 ‘큰금계국’이라 부른다. 알고 나면 여기도 저기도 큰금계국이고, 지금부터 시작하여 여름 내내 보게 될 것이다. 한창이던 꽃이 시들해지고 열매가 보이기 시작하면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우리 어릴 적 길가에서 흔하게 만났던 꽃은 코스모스였다. 울긋불긋 다양한 색깔의 하늘하늘한 코스모스가 심겨진 길을 따라 한두 번 걸어본 추억이 있을 것이다. 추억의 코스모스를 밀어내고 언제부터 큰금계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을까?

한창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경제 성장이 눈부시게 이루어지던 때, 우리나라는 1988년 역사적인 첫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게 된다. 세계인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기 시작하자 빠른 경제 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어두운 부분을 지워나갈 계획을 세운다. 대표적으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빈민가, 쪽방촌, 달동네 철거 작업이 시작되었다. 갈등도 많았다. 동시에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꽃길조성사업’, ‘공원조성사업’이란 이름으로 도로변, 공원, 정원 등 정비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 때 심은 대표적인 꽃이 금계국 종류이다. 이후 각 지자체 마다 적은 비용에 관리하기가 쉬워 앞 다투어 심은 게 오늘 우리가 큰금계국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유이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온통 초록빛 신록 속에서 진한 노랑의 큰금계국 물결은 유난히 눈에 띈다. 특히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 특성이 있어 바람에 흔들리는 꽃물결은 감탄을 자아낸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대어 둔 들판길이 밋밋할 수 있는데 큰금계국 노란 물결은 그 밋밋함을 덜어주는데 한몫한다. 운동하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척박한 곳에도 뿌리를 잘 내리고 방치된 땅을 환하게 만들어주는 큰금계국이지만 일본에서는 생태계 위험종으로 지정해 해마다 퇴치 작업을 하고 있다. 뿌리로 왕성하게 번식을 하고 한 뿌리에서 여러 갈래의 줄기와 꽃이 자라서 주변 토종 식물을 고사시키기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교란식물인 가시박이나 단풍잎돼지풀 보다 훨씬 더 우리나라 생태계에도 위협적이라는 보고가 있다. 우리에게도 빠른 실태조사와 대책이 필요하다면 지금이 아닌가 싶다.

남자 중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로 간다. 노란 꽃물결 사이로 학생들의 자전거 탄 풍경이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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