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숙 작가, 고향 사천에서 첫 작품전 열어
“시선이 다양해야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요?”
아르떼 갤러리 초대전 <잔상>…8월 28일까지

▲ 고향 사천에서 첫 개인전을 여는 전기숙 작가.

“누군가와 똑같이 보고 듣고 겪은 경험이라 해도 그 사람과 내 기억이 조금씩 다르거나 같지 않음을 깨달을 때가 있어요. 저의 작품 활동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죠. 같은 시공간에 있으면서도 저마다 생각과 느낌이 다를 수 있음을, 오히려 그런 시선이 다양할 때 무언가의 실체적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5월 24일부터 아르떼리조트 갤러리에서 ‘Afterimage‧잔상’을 주제로 작품 전시회를 갖는 전기숙(41) 작가의 말이다. 전 작가는 사천시 삼천포 출신으로, 고향에서의 첫 전시회를 갖는다.

전 작가의 설명처럼 그의 작품세계는 ‘다중적 시선’ 또는 ‘잔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비평가 이수 씨는 ‘미완의 시선, 의미의 분신술’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 씨는 이번 작품전을 두고 “고방유리나 깨진 유리를 통해 보는 것처럼 이미지가 분해되어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리는 그 안에서 원본 이미지를 상상해 낼 수 있고, 모호한 이미지들은 제목과 결합하면서 최종적으로 완결된 의미를 갖게 된다”고 평했다.

이 씨의 비평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전 작가의 작품은 어떤 특정 이미지가 반복되고 연속됨이 특징이다. 인간의 다양한 시선을 ‘곤충의 눈’으로 옮겨 극대화 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초기 작품이 화면을 육각형으로 분할하거나 아예 캔버스를 분할하는 등 직설적이었다면 최근 작품은 특유의 반복성을 유지하면서도 흐릿해 가는 기억을 상징하듯 색감과 형태를 뭉갬으로써 몽환적 느낌을 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전 작가의 초기작과 최근작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그 변화를 엿보기에 안성맞춤이다.

▲ 아르떼리조트 갤러리에 전시 중인 전기숙 작가의 작품들.

“이번 작품 중 일부는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1930년대 사진들이 모티브가 됐어요. 누군가의 가족과 친구들의 사진일 텐데, 그 옛날 시간과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제겐 아련함을 주었죠.”

그는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출처를 알 수 없는 타인의 기록물이나 사진을 보며 상상력을 키워나가지만 정작 자신의 기록과 기억에는 자신감을 잃는 모습에서 “‘어느 것도 온전한 것은 없음’을 새삼 느꼈고 이를 잔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전 작가의 고향은 삼천포다. 문선초, 삼천포여중, 삼천포중앙고를 거쳐 성균관대(대학원)에서 미술학을 전공했다. 2008년 <장인적 편견>을 시작으로 8번의 개인전과 10여 차례의 단체전을 열었다. 특히 올해 독일에서는 NordArt2018 작가에 선정됐고, 현재 단체작품전 중이다.

그는 “부모님이 살고 계시지만 고향에서 작품전을 한다는 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사천의 문화예술인과의 교류도 늘리고 싶은 마음”이라 밝혔다.

한편 아르떼리조트 측은 지난해 12월부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펴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초대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 전기숙 작가 초대전은 8월 28일까지다.

▲ 전기숙 작가 작품 <항구>
▲ 전기숙 작가 작품 <아쿠아리움>
▲ 전기숙 작가 작품 <시녀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