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사장, 지역 언론인 간담회에서 역설적 주장
“직원들, 변화에 불편 느낄 때…매너리즘 경계해야”
“미 고등훈련기 사업, 적자까지 감수할 생각은 없어”
MRO사업 두고는 ‘인내심’ 강조…“20~30년 내다봐야”

▲ 2018년 제2회 지역언론 정기 간담회를 마치고 김조원 사장이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지난해 ‘적자’라는 불명예를 털고 올해 1분기 흑자로 전환했다는 소식을 전하던 날, 김조원 사장이 지역 언론인들과 마주 앉았다. 지난해 취임 당시 공언했던 ‘분기별 만남’ 약속의 올해 두 번째 이행이기도 했다. 김 사장은 이날 “1분기 영업이익이 410억 원으로, 지난해 대비 276% 증가했다”며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위기”라는 말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KAI가 5월 16일 개최한 ‘2018년 제2회 지역언론 정기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주제별로 정리한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위기”

먼저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위기”라는 말에 숨은 뜻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이 말은 김조원 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의 말을 조금 길게 소개하면 이렇다.

“모든 글로벌 기업들은 듀 프로세스(due process : 정당한 절차)로 의사결정을 해 나간다. 특정 개인이 기분이나 선입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정한 객관적인 판단의 기준, 자료, 데이터에 의해 하는 것이다. 이런 의사 결정이 지금까지의 KAI 구성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불편함을 느끼는 게 어쩌면 지금부터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는 회사가 강한 드라이브를 거니까 그런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지금부터는 다시 지난해 겪었던 KAI의 어려움을 쉽게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KAI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기에 지금이 가장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매너리즘을 경계하겠다.”

결국 김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영 시스템 도입”을 재차 강조한 가운데 그에 따른 피로도의 표출을 경계한 말이다. 그는 “듀 프로세스를 더 정착해 나가야 연말에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신을 강하게 밝혔다.

KAI는 올해 초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인 IFRS-15를 도입한 바 있다. 이 역시 KAI의 1사분기 경영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자체 분석이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경영 혁신이 외부에 의하지 않고 내부에서 이뤄진 것이라 더 효과가 컸다”며, 경영 혁신의 흑자 기여도를 20~30%로 꼽았다.

“고등훈련기, 적자 수주 안 한다”

간담회 참석 언론인들은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 수주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이에 김 사장은 “KAI는 록히드마틴(=LM)의 하청업체”라며 APT사업에서 결정권이 크게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2월에 가진 1차 간담회에서도 ‘하청업체론’을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LM이 미 정부와 협상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를 못한다. 단지 LM이 원하는 요구를 충족할 수 있으면 응하는 정도다. 그런데도 KAI가 직접 사업권을 따내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부적절하다.”

그는 LM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요구함에 따라 “적자 수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지금 총 사업비가 113억 불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계약금은 이것의 몇 퍼센트가 될지 모른다. 만약 50%면 8조 원 정도 되는데, 우리한테 오는 건 그것의 절반 이하일 가능성이 높기에, 이 사업이 16년에 걸쳐 이뤄진다고 보면 그리 큰 사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린 최선을 다하고 있다. KAI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을 다 찾아내 가격에 반영했다. 적자가 되진 않을 것이다.”

여기서 전체 사업규모 중 KAI가 절반 이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고등훈련기 제조 과정에 KAI가 부분 참여함을 의미한다. 또 최종 조립 역시 미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KAI는 LM과 이미 수주 전략회의를 마쳤으며, 최종 제안가 협의도 끝냈음을 밝혔다. LM이 6월 중 최종제안서(BAFO : Best And Final Offer)를 미 공군에 제출하면 7월부터 본격적인 계약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KAI는 전망하고 있다.

“MRO, 2021년에 손익분기”

▲ KAI 이철우 상무가 사업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선 항공정비(MRO) 사업도 화제에 올랐다. KAI는 지난해 말 정부 지원 항공MRO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현재 MRO 전문업체 신규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신규 인력 24명도 채용한 상태다.

다만 지난 2월 1차 간담회 때만 해도 사업부지 확보가 더디게 진행되는 것에 조바심을 냈던 KAI가 이날은 현실을 반영한 사업계획표를 제시했다. 8월에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9월에 정비동 구축에 들어가겠다던 계획을 10월과 내년 1월로 각각 미룬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시간을 어느 정도 감안한 조치다. MRO단지 조성은 사천시와 경남도가 맡는다.

마침 김조원 사장도 이날 MRO 사업에 있어 인내심을 강조했다. 사업 시작에 있어서의 조바심뿐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

“항공정비(MRO) 사업이 활성화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처럼 개인이 소유한 항공기를 정비 맡기는 시장이 형성돼야 비로소 국내 MRO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 20∼30년을 내다보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권과 지역 주민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다.”

KAI는 올해 중 MRO를 위한 신규 인력 40명 정도를 추가로 뽑고, 오는 12월엔 초도기 정비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21년엔 민간항공기 정비에 있어 손익분기점을 맞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밖에 KAI는 이날 다목적 위성 개발 사업과 차기 군단급 무인기 양산에 힘을 쏟을 것이라며 추가 인력 채용 계획을 밝혔다. 지역 요식업계 일각에서 “KAI가 회식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회사 차원에서 회식을 금하거나 한 사실은 전혀 없다. 다만 예전엔 관리가 잘 안 됐던 업무지원비 사용을 요즘 꼼꼼히 하다 보니 직원들이 자제하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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