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8.14 화
연재/기획
도시재생의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과 마주치다<특집> 부산 도시재생 견문록 ③감천문화마을
김학록 시민기자  |  webmaster@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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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0  09: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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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애환 고스란히 간직한 부산의 뿌리마을 ‘감천마을’
아랫집 지붕이 윗집 마당 되는 곳…이젠 유명 관광지
밀려드는 인파에 주민 불편 호소…둥지 내몰림 현상도
다양한 주민 참여로 갈등 풀어가야 도시재생 성공 기대

   
▲ 생텍쥐페리의 소설 속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의 조형물이 감천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딘가에 샘물이 있기 때문”이란 소설 속 대사가 들리는듯하다

부산 사하구 감천동, 감천문화마을이 있는 행정구역 명이다. 감천항의 언덕 위에 형성된 마을로 레고 블록같이 닥지닥지 붙은 서민주거지이다. 오늘날 방문객들에 의해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있어 그 삶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샘물 맛이 달다’가 동네 이름이 되었을까.

부산 달동네의 독특한 취락구조는 일제 강점기 유입 노동자, 광복이후 귀환동포, 전쟁 이후 피난촌 형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 서민 주거지의 형성과정은 ‘즐기기 위함 보다 살기 위해서라는 절박함의 꼬리표’가 먼저 달린 것에 연유해 기본적으로 무허가다. 1960년대 경제성장기와 고도의 압축 성장에 밀린 도시 서민의 애환이 고스란히 보존된 부산의 뿌리마을인 셈이다.

낮에는 아래 쪽 일터에서 땀 흘리고 밤이 되면 돌아와 천정에 별을 이고 사는 삶이 60년대 부산 서민의 삶이었다면 부산 감천동이 그 전형이다. 불규칙한 격자 구조의 끊임없는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길, 아랫집 지붕은 윗집의 마당이 되고 멀리 보이는 감천항의 불빛이 위안이 되었던 서민 주거지가 지금은 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해 한 해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성지 순례하듯 드나든다.

원래 이곳은 종교단체 ‘태극도’ 교인들의 집단 거주지였단다. 많았을 땐 2만 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옅어져 옛날이야기로 전해 내려오는 정도다. 어쨌건 종교에 귀의하고 사는 사람의 삶이어서 그런지 하나 둘 건물에 색을 입히기 시작한 모양인데 그게 모자이크처럼 그림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예술동호인에게 훌륭한 소재가 되고 입소문에 입소문을 더해 전국에 알려져 문화마을로 변신을 꾀한 모양이다.

   
▲ 부산 자갈치시장의 펄떡이는 생선이 감천마을에 줄지어 유영한다. 무미건조한 옹벽도 문화의 옷을 입히면 역동성이 생긴다.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원주민 밀어내기식의 환경개선 방식을 떠나 지속적인 생활이 가능한 공간, 문화・사회・경제적 생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공동체 활성화 시설을 배치해 낙후된 지역의 생활개선과 자주적 경제 활성화에 방점을 두어 도시재생을 꾀하겠다는 목표로 접근한 사업이다. 부산광역시와 사하구의 행정적 지원에 따른  산복도로 르네상스 등으로 표현되는 도시재생사업으로서 성공적 사례의 하나로 오늘에 꼽힌다.

그러나 성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늘의 감천문화마을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밀려드는 관광객이 꼭 행복한 삶을 충족시켜 주지만은 않더라는 깨달음이 공동체의 또 다른 고민으로 다가서는 느낌이다. 즐비하게 늘어선 관광버스, 쏟아지는 관광객의 왁자지껄한 소음은 참는다하더라도 이들이 버리고 가는 생활쓰레기, 심지어 무분별하게 난입하여 눌러대는 카메라에 속절없이 노출된 사생활은 자연이 준 지금까지의 물리적 불편과 비교도 안 되는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을협의체는 최근 개선책의 하나로 입장료를 받는 모양인데 이 처방은 오히려 대가를 지불했으니 마음 편하게 활동하자는 식의 면죄부가 되어 방문객들에게 조심성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도시공학전문가 안재락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 젠트리피케이션과 사생활 침해의 억제는 도시재생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숙제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한 사업지 어디서나 제기되는 고질적인 부동산 문제가 젠틀리피케이션, 이른바 둥지 내몰림 현상이다. 엄청나게 몰려드는 유동인구가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건물 임대료에 기존 경쟁력이 약한 서민층 사업주는 결국 원도심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마는 내몰림이 여기서도 일어나고 있다. 결국 수지를 맞추지 못하면 빈 점포가 늘고 원도심 공동화가 반복되는 악순환이다.

삼천포구항 도시재생사업도 사업구역이 매축된 선구지역, 어시장 구역을 포함 청널공원 일대의 자연취락지를 포괄하고 있다. 원도심 재생의 모델도 중심시가지형이기 때문에 경제 활성화가 된다면 분명 젠틀리피케이션의 고질적 폐해가 여기서도 나타날 것이다.

삼천포구항 매축지에는 아직도 근대 건축물이 많다. 건물의 보수와 보존에서부터 명확한 사업계획이 서지 못한다면 이 같은 내재적 문제점은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상권의 질서 변화를 바라지 않는 비협조도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다.

   
▲ 김학록 시민기자 삼천포구항 도시재생주민협의체 위원장

107년 된 항구도시 삼천포의 전형을 잘 유지하면서, 우리 지역민의 바닷가 삶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가운데 관광산업으로서의 도시재생과 수산 서비스산업으로서의 도시재생을 제대로 해나가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도시생태계의 복원이 곧 삼천포구항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면에서 이번 URBAN-LINKER 도시재생대학에서 기획한 부산탐방은 훌륭한 공부였다.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계층의 여러 직종이 참여해야 한다. 참여가 곧 힘이다. 주민들 모두가 주체라는 각오로 의논하고 타협하고 만들어 가는 도시재생이야말로 그 지속성을 담보해 갈 수 있다. 나아가 내가 가진 것을 먼저 내려놓아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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