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꽃

가로수 이팝나무에 하얀 꽃이 피고 있다. 초록 잎이 보이지 않을 만큼 새하얀 꽃이 수북하다.

정동면 화암터널을 지나는 길에, 사남면 월성리 길에, 사천시청 노을 광장에도 한창이다. 누가 뭐래도 가장 아름드리 핀 나무는 사천여고 교정에 핀 이팝나무다. 우~와! 감탄이 절로 난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발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가까이서 보니 가느다랗게 넷으로 갈라지는 긴 꽃잎이 한아름 흔들린다.

이를 보며 사람들이 흰쌀밥을 생각했겠지? 배고픔이 일상이던 시절, 뜸이 잘 들은 밥알같이 생긴 이팝나무 꽃을 보고 배고픔을 달랬다고 하니 이래저래 사연 많은 나무가 분명하다. 사연이 많다는 것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증거다.

유난히 먹는 것과 관련된 우리 나무의 이름을 설명해주면 아이들도 큰 관심을 보인다. 쌀밥이 귀했던 조선시대에는 왕족과 양반인 이(李) 씨들만 주로 먹을 수 있는 밥이라는 뜻에서 쌀밥을 이밥이라고 했고, 이밥이 이팝으로 변했다고 얘기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 꼭 이런 아이가 있다.

“내가 바로 그 전주 이 씨 아니겠어? 조선시대 태어났더라도 난 쌀밥을 먹었다 이거야!”

약간 거들먹거리는 듯 하지만 재치 있게 말을 던지는 아이가 밉지 않다.

이름의 유래와 관련해서 또 다른 이야기는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고 백성들에게 쌀밥을 주었는데 밥알과 닮은 이 나무를 이밥나무로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아마 과전법으로 토지개혁을 실시한 이성계가 토지개혁의 정당성을 얻고자 한데서 기인한 듯하다.

이팝나무는 보통 5월에 꽃을 피우는 키큰나무이다. 주로 남부지방에서 잘 자라 가로수로 많이 심지만 풍성한 꽃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니 요즘엔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 청계천에도 가로수 이팝나무를 볼 수 있다. 이팝나무는 모내기가 시작되는 입하(立夏) 즈음에 꽃을 피운다고 해서 ‘입하목(立夏木)’이라고 부르던 것이 입하나무가 되고, 이팝나무로 변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이팝나무의 꽃을 보고 풍년이냐, 흉년이냐 한 해 농사를 점쳤다고 한다. 당연히 꽃이 풍성하면 풍년이 들고, 꽃이 듬성듬성 하면 흉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상목이라 하여 다가올 기후를 예보하는 지표나무로 삼았다.

이팝나무

전해 내려오는 이팝나무에 얽힌 전설도 있다. 경상도 어느 마을 착한 며느리와 구박하는 시어머니 사이에 얽힌 슬픈 이야기이다. 어느 날, 제사 준비를 하던 며느리가 제사상에 올릴 쌀밥을 짓게 되었다. 뜸이 잘 들었나 싶어 밥알 몇 개를 떠서 먹는 순간 그 모습을 본 시어머니가 제사에 쓸 멧밥을 퍼먹는다며 온갖 학대를 하였다. 그것을 견디지 못한 며느리가 뒷산에 올라 목을 매어 죽었고, 이듬해 무덤가에 나무 한그루가 자라더니 흰꽃을 가득 피웠다. 이 광경을 본 동네사람들이 쌀밥에 한이 맺힌 며느리가 죽어서 된 나무라 하여 이팝나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름에서부터 가난과 배고픔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팝나무. 요즘이야 오히려 풍족해서 문제지 배를 곯는 사람이 있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배를 곯는 사람들이 많고, 못 먹어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왜일까? 골고루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재벌가의 갑질 논란이 뜨겁다. 가진 사람들이 갑질 대신 나눔을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팝나무에 담아본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