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

▲ 「체 게바라의 홀쭉한 배낭」구광렬 지음/ 실천문학사 / 2009

자유와 혁명의 아이콘, ‘체 게바라 평전’ 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체 게바라는 사후에 ‘체 게바라 열풍’으로 꽤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를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얼굴이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그는 의사로서의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쿠바에서 혁명을 성공시킨 후,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도 이를 버리고 게릴라의 삶으로 되돌아갔다. 아프리카와 볼리비아에서의 2년은 실패와 고난의 연속이었고, 지리적·문화적 차이로 인해 수많은 시련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삶을 헌신하는 그의 숭고한 모습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20세기 유럽 사상계를 주도한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를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송하였다.

사망당시 체 게바라가 메고 다닌 홀쭉한 배낭 속에는 색연필로 덧칠이 된 지도와 두 권의 비망록, 녹색 노트 한 권이 들어 있었다. 두 권의 비망록은 사후 ‘체 게바라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최근에 밝혀진 나머지 녹색 노트 속에는 시69편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저자는 69편의 ‘시’가 전운이 감도는 전장에서, 초긴장 상태에서 필사되었다고 한다. 체 게바라가 왜 살벌한 전장에서 ‘시’들을 필사했을까? 필사된 시들은 언제 어디서 필사되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그와 관련된 논문, 사진, 간행물들을 모으고, 시인으로서의 체 게바라, 체 게바라와 시인들의 관계, 그의 혁명정신과 시들의 관계 등을 정리해 나갔다고 한다. 체 게바라에게 ‘시’는 혁명 기운의 원천과도 같았다. 저자 자신이 시인이기도 했고, 그가 필사한 시를 토대로 살펴보아도 그렇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체 게바라의 아프리카 시절, 쿠바 시절, 볼리비아 시절 3기로 나누어 녹색노트 속 69편의 시를 살펴보고 분석함으로써 전장 속에서 시를 써야만 했던 심경변화를 유추해볼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체 게바라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사망당시 증인들의 인터뷰, 사진과 함께 배경 이야기가 덧붙여져 있다.

체 게바라의 혁명정신 밑바탕에는 문학과 예술 그 중에서도 시를 사랑했던 인문학적 감성이 큰 작용을 했다. 전장에서도 펜을 놓지 않았고,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았으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던 순결한 혁명가 ‘체 게바라’,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삶, 사상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치열한 현실 속에서 매일 매일 혁명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체 게바라가 전하는 주옥같은 언어가 공감과 위안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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