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아주 오래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아마 40여 년 전 일이었을 것이다). 잠시 부산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동네에 사발통문이 돌았다. 동네 사람들이 모두 양동이를 하나씩 들고 한 집에 모여 들었는데, 좁지 않은 마당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생선이 한 마리 놓여 있었다. 서울에서 나서 자란 사람에게는 생전 처음 보는 거대한 생선이었는데, 냉동된 그 생선을 젊은 장정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톱으로 잘라내었다. 제법 큼지막한 생선토막은 미소가 가득한 사람들 손에 들린 양동이에 담겨졌고, 그 날 저녁은 온 동네에 잔치가 벌어졌다. 그 생선의 이름이 참치(참다랑어)라는 것을 처음 알았고, 그 당시엔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고 원양어선이 잡아온 귀한 생선이란 걸 알게 되었다. 얼린 채로 썰어서 회로 먹고, 냉장고가 귀하던 시절이라 남은 것은 간장 조림을 해서 두고두고 먹었다.

참다랑어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에 처한 이유가 너무 황당하다. 사람들이 참치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쿼터제를 도입해서 각국마다 어획량을 정하고는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일본이 눈총을 받아왔다. 일본의 경우 연간 쿼터량은 590톤 규모지만 올해 2월 현재 어획량이 이미 쿼터의 98%에 달했다 한다. 국제 환경보호단체는 멸종위기에 처한 태평양 참다랑어의 남획을 멈추지 않는 일본에 어획규제 준수를 촉구해왔다. 멸종이 가속화되는 이유 또한 어이가 없다. 중국에서 경제가 좋아지면서 고급 식품으로 인식되어온 참치의 소비량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의 토토아바(맥도날드 민어)와 바키타(뭉둑코 돌고래)가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민어 부레를 약재로 사용해 왔는데, 민어가 잡히지 않자 비슷한 물고기인 멕시코의 토토아바로 대신하게 되었고, 이를 너무나 많이 잡아 들여서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다. 토토아바를 잡기 위해서 쳐 놓은 그물에 바키타가 걸려들어 죽기 때문에 희귀종인 돌고래마저도 멸종 위기라는 것이다.

사람이 자연에 간섭하여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간섭의 정도가 심해지면서, 자연 생태계와 환경이 복원 능력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한 경제 논리로 파 헤쳐지고 망가진 환경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나기 시작했는데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심지어 환경을 보호한다고 돌로 쌓은 둑과 제방조차도 환경 파괴란 것을 경험했는데도 정비 사업이란 미명으로 여전히 자행되고 있다.

우리 사는 사천의 사정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 때 붐처럼 일던 산업단지 조성은 어떠한가? 일단 파 헤쳐 놓고 방치하고 있는 곳은 없는가? 보호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자연을 경제 논리를 앞세워 무리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없는가? 과연 그 경제 논리가 수십 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는 따져 보았는가?

광포만 근처에 들어선다는 산업단지 조성계획에 대한 소식을 듣고, 참다랑어와 토토아바, 바키타 생각이 났다. 인간의 자연에 대한 개입은 그 다음 차례로 인간의 멸종을 불러 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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