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사천에 새로 생긴 케이블카를 탔다. 삼천포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정중앙에 위치하지만, 좌우로 통영과 여수가 바다를 배경으로 훌륭한 관광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몹시 부러웠던 필자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여수와 통영은 이제 케이블카 운영의 적자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다만, 각산을 향하는 케이블카 아래, 공사로 인해 훼손된 부분이 하루속히 친환경적으로 복원되기를 바란다. 케이블카를 내려와 미리 예매해 둔 영화를 보았다. 다큐 영화 ‘그날 바다’.

세월호의 침몰원인에 대한 정부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지난 약 4년간 진지한 노력의 결실이다. 침몰의 원인규명은 급선회지점이 어디인지를 밝히는 것에서 출발한다. 정부가 제시한 항적도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논증, 실제 급선회 지점이 어디인지를 추적하고 더 나아가 급선회의 원인을 찾기 위한 과학적 노력 끝에 가설을 내놓았다. 닻이었다. 필자는 즐겨보는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10회분을 압축해서 보는 듯 빠져들었고, 마블히어로 영화에만 열광하던 초등꼬마조차도 숨죽이며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혹자는 공상소설이니 음모론이라느니 하는 말로 폄하하고 더 나아가서는 유언비어로 나라를 혼란케 하는 대단한 범죄인양 매도한다. 필자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이다. 민주주의가 인류역사상 가장 우월한 정치체제임은 수백 년에 한번 나올까말까 하는 극소수의 철인이나 성군의 지배보다는 다수의 지배가 인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데서 역사적으로 입증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견해를 전제로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 나의 견해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탄압이 허용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민주주의의 적이다.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척도는 표현의 자유의 보장 정도에 있다.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더 나아가 사상과 양심의 자유, 나의 견해를 말하는 것이 주저되지 않는 사회, 서로 다른 너와 내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민주주의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견해로 인하여 탄압받는다면 나는 당신을 위해 싸우겠다.”는 볼테르의 경구야말로 민주주의의 적에 대항하는 전투적 민주주의를 상징한다.

진리가 하루아침에 발견되는 것인가. 진실이 한나절에 드러나는 것인가. 아침에 도를 얻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공자의 말씀은 진리에 도달함이 매우 지난한 과정임을 말해주지 않는가. 또한 오류와 실패를 거치지 아니하고 진리와 진실에 도달하는 경우가 있기나 한 것인가. 오류와 실패를 허용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고 그래서 민주주의가 결국 승리한다. 세월호 침몰의 진상에 대해 이제는 우리 민주공화국이 답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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