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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사람] 삼국지와 저항권
박영식 변호사  |  webmaster@news40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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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12  10: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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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에겐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하나 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함께 대화할 시간도, 공통의 관심사도 적어짐에 왠지 서운함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래서 아이가 집착하는 온라인게임을 함께 해볼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게임이라곤 초중등 시절에 전자오락실을 잠시 다녔던 것 말고는 해 본 적도 없고, 도무지 그쪽으론 취미도 없다. 어려워하는 수학문제를 함께 풀어볼까도 했지만 어렵기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소설 삼국지를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꼬마는 변희재의 만화삼국지, 필자는 15년 전에 보았던 황석영 삼국지의 먼지를 닦아내면서.

삼국지는 후한 말 184년에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때부터 진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한 280년까지 약 100년 기간의 역사이자 소설이다. 황건적의 난으로 삼국시대가 시작된다. 무능한 군주와 부패한 관료들의 탐욕으로 도탄에 빠진 백성이 무장으로 봉기한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상황은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고 심지어 부모가 어린 자식을 잡아먹었을 정도라고 한다. 백성의 봉기는 반란이자 동시에 저항권의 행사이다. 저항권은 우리 헌법에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해석상 도출되는 기본권이다. 헌법 전문의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이란 문구가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헌법재판소 역시 여러 결정을 통해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최근의 정부 개헌안의 헌법전문에는 4‧19만이 아니라 독재정권에 항거한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87년 6월 민주항쟁을 포함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존재 근거를 이들 저항권의 행사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민간인 총기휴대는 미국헌법이 보장하는 저항권과 맥이 닿아 있는 측면도 있다. 정부에 대항하여 민병대를 조직할 권리가 그것이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이 굶어죽으나 싸우면서 처자식에게 단 한 끼라도 배불리 먹이고 칼 맞아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심정으로 일어선 봉기에 전국의 군벌들이 앞 다투어 토벌에 나섰다. 짚신 팔고 돗자리 짜던 자칭 황실의 후예라는 유비도 장비의 복숭아꽃 정원에서 관우와 의형제를 맺고 그 토벌대열에 합류했다. 백성이 도탄에 빠진 것은 황건군 때문이 아니다. 황음무도한 군주와 관료들의 가렴주구로 도탄에 빠진 백성이 살기 위해 일어난 난인데, 어찌 유비는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겠다고 하면서 왜 황건적의 난에 가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을 척결하는데 나선 것일까. 자칭 황실의 후손이어서 그랬을까. 황제가 군림하고 제후가 지배하던 시대라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그러나 그 400년 전에 진시황의 폭정에 맞서 ‘황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더냐’며 일어난 진승・오광의 군대는 물론이고 한나라를 세운 유방 역시 진나라에 대항하여 세운 것이 아니었던가.

여하튼, 이런 저런 황건적 토벌에 가담한 공으로 작은 지방의 수령이 된 유비가 선정을 베풀지만, 지방수령 감독관인 독우의 뇌물요구에 분기탱천한 장비가 고리 눈을 부릅뜨고 그를 매질하고 삼형제는 다시 길을 떠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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