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내 멋대로 혁명>
사회가 변하고 의식이 바뀌면서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이 생겼다.
이 책에는 청각장애인인 엄마와 춤바람이난 외할머니, 그리고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인 주인공 우연이가 한 가족으로, 여성 3대로 이루어져 있다. 사랑이 많은 외할머니와 결혼하지 않고 자신을 낳은 청각장애인 엄마와 함께 살던 우연이는 곧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야 한다.
병 때문에 지방으로 요양 간 외할머니와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엄마가 떠나자 주인공 우연이는 방송작가인 외사촌 언니와 그 집에 세든 공시생과 새 가족을 이루게 된다. 어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청소년인 우연이가 되려 어른을 보살핀다. 보살펴야 하는 어른은 많기도 하다. 엄마를 두고 떠난 아빠, 그 아빠와 결혼한 아줌마, 아빠가 잠시 머무는 공간에서 만나는 다른 어른들까지. 우연이는 갖가지 사연을 가진 어른들을 이해하며 씩씩하게 성장해 간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간다. 새로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혁명이 인 것 같다.
어두운 현실에서도 세상을 똑바로 보고 스스로 살아갈 힘을 키워 가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선보여온 서화교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개성 있고 유쾌한 여성 캐릭터들이 만들어 가는 따뜻한 연대와 그 속에서 마음이 훌쩍 큰 우연이의 이야기를 그려 냈다. 시시하고 비겁한 어른이 되지 않기 위해 ‘혁명’의 순간을 만들어 가는 용감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직 크고 있는 청소년뿐 아니라, 여전히 크지 못한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 준다.
어른이 된다고 저절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간다는 건, 언제 올지 모를 행운이나 기적을 바라는 게 아니라 한계라고 생각했던 것으로부터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첫걸음은 지금 자기의 모습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우연이가 시작하는 내 멋대로 즐거운 혁명이다.